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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김대중 구명 조건으로 전두환 정부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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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김대중 구명 조건으로 전두환 정부 승인"

김대중도서관, 1980년대 미공개 자료 공개

지난 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을 때 벌인 구명운동 관련 자료가 6일 처음 공개됐다.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명운동과 관련된 백악관 비망록 등 미국 기밀서류, 이희호 여사가 백악관에 보낸 탄원 서신, 미국 종교단체들이 레이건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 서신 등을 공개했다.

김대중도서관 측은 이같은 미공개 사료를 공개하면서 "레이건 정부가 김대중 구명을 조건으로 전두환 군사정부를 승인하고 한미관계 정상화를 유도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한국 인권에 유의한다는 표면적인 언표 뒤에 군사정부를 승인하고 지지하려는 보다 기본적인 목표가 있었다"고 그 의의를 밝혔다.

***전두환, 이순자 삼촌 이규광 등 밀사 보내 미국 측과 협상**

도서관 측이 공개한 1980년 10월 16일자 미 국가안보회의(NSC) 비망록, 같은해 10월 20일 백악관 비망록에 따르면 당시 NSC 아시아 담당자인 도널드 그레그가 브레진스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이휘호 여사의 탄원 편지를 전달하고, 브레진스키 보좌관은 다시 이 편지를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남한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김에 대한 사형 판결이 감형돼야 한다"고 보고했다.

브레진스키 보좌관은 또 "모든 가능한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강력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비망록에는 "브레진스키, 우리는 김대중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카터 대통령의 친필 메모도 기록돼 있다.

또 이 비망록에는 "지난 주에 전(두환) 대통령은 구명 문제에 대한 이곳의 사정을 살피기 위해 믿을만한 장교를 보내왔다"고도 밝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80년 12월에 초순에 부인 이순자 씨의 삼촌 이규광을 밀사로 보내 협상하기도 했다.

도서관은 또 1979년 10ㆍ26 사건이 발생한 뒤 한국의 긴박한 정치상황을 모니터하기 위해 카터 행정부가 꾸린 비밀정책팀 '체로키'가 작성한 `코리아 포커스' 문서 일부도 공개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리처드 홀브루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대사에게 "DJ의 처형이 미국의 대(對)한국정책에 가장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구체적인 대안을 물었다.(80.9.22)

글라이스틴 대사도 "DJ가 사형당하면 미국은 평양에게 문을 열어야 한다는 미국 일부의 요구를 포함해 극단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내용의 전문을 미 국방부에 보냈다.(80.11.21)

그는 또 1980년 11월21일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DJ가 처형 당한다면 한국과 미국 신정부(레이건 정부)가 상당한 협력관계를 수립하는 특별한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1981년 출범한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정부는 취임 다음날 전 대통령의 방미를 발표했고 사흘 뒤 전 대통령은 DJ의 감형을 선언했으며 같은 해 2월2일 레이건 대통령의 `기대 이상의 환대' 속에 백악관을 방문했다.

***"美, 한국 민주주의·인권보다 군사 안보 중시…5.18 비극 초래"**

도서관 측은 이번 문서 공개에 대해 "1980년 미국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보다 '안정'과 '질서'를 우선시 하고 신군부를 승인했다는 주장의 근거를 확인시켜준다"며 "이런 주장의 근거가 되는 일부 문서들은 지난 1996년 2월 팀 셔록(Tim Shorrock) 기자에 의해 공개됐다"고 밝혔다.

도서관은 "1980년 한국 군사정부의 등장을 사실상 받아들인 카터 정부는 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이후 김대중 구명을 대한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며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한국 인권에 유의한다는 표면적인 언표 뒤에 군사 정부를 승인하고 지지하려는 보다 기본적인 목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도서관은 7일 '국내/해외 민주화운동과 한국사회 : 사료 그리고 한국학'이라는 주제로 제1회 한국학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이같은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로버트 웸플러 미 조지워싱턴대 켈만 도서관 한국 아키비스트, 마이클 드바인 미 트루먼대통령도서관 관장,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교수, 코트프리트 칼 킨더만 독일 뮌헨대 교수, 에드워드 베이커 미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부소장, 임혁백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 도널드 베이커 캐나다 브리시티컬럼비아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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