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열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할 한국 국가대표 야구팀의 사령탑인 김인식 한화 감독이 5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첫 코칭스태프 회의를 갖고 대회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김인식 감독은 "오는 8일까지 WBC에 출전할 60명의 예비 엔트리를 선발하겠다"며 "내년 2월 19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대표팀을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대만, 중국과 2장의 본선 진출권을 놓고 WBC 아시아지역 예선을 벌이는 한국은 돔구장 적응, 해외파 차출, 병역 혜택 등의 숙제를 잘 풀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돔구장 적응**
WBC 아시아지역 예선은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생소한 일본 도쿄 돔에서 펼쳐진다. 돔구장은 관중들의 함성 소리나 타구의 굉음이 증폭돼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집중력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내외야에 뜬 플라이 볼을 처리할 때 야수들이 돔 천장 때문에 쉽게 타구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다.
지난 달 열린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를 앞두고 삼성 선동열 감독도 천장이 하얀 색인 도쿄돔 환경에 선수들을 적응시키기 위해 플라이 볼 타구에 대한 연습에 큰 비중을 둔 것도 비슷한 이유다.
김인식 감독은 "당초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할 계획이었지만 마땅치 않아 후쿠오카 돔에서 훈련을 하게 됐다. 오히려 돔 구장에서 훈련을 하게 돼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일본 대표팀의 오 사다하루(왕정치) 감독이 후쿠오카 돔에서 합동 훈련을 제의해 장소를 옮기게 됐다. 일본 대표팀과 시간 대를 나눠 후쿠오카 돔에서 훈련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1995년 한일 슈퍼게임과 2003년 아테네 올림픽 지역예선 등에서 돔 구장 적응에 실패해 타격과 수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이 아시아지역 예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2월 20일부터 시작되는 후쿠오카 돔 훈련을 통해 돔 구장 적응력을 배가해야 한다.
***해외파 차출**
국가대항전의 성격을 띈 야구월드컵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할 예정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박찬호(샌디에이고), 최희섭(LA 다저스) 등 '코리언 메이저리거'들이 WBC 참가 의사를 밝혔다. 올시즌 30홈런을 쏘아 올리며 롯데 마린스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끈 이승엽도 WBC 참가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물론 미국, 일본 등에서 활약한 해외파의 경험과 실력이 한국에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해외파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애는 생각해 볼 문제다. 야구 전문가들은 김인식 감독 등 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이 선수 선발에 명확한 기준을 갖고 해외파에 대해선 다각적 고려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펴고 있다.
김 감독도 "선수 선발 기준은 무조건 실력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들은 데려가지 않겠다. 아시아 예선에 뛰지 않은 선수들도 본선에 합류할 수 없다. 해외파의 선발은 당사자와의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못을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병역 혜택**
최초로 펼쳐지는 WBC 대회를 앞두고 야구계에서는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병역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월드컵 16강 진출 시 병역 혜택을 받는 축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포르투갈 전을 앞두고 한국은 병역 미필자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1차 목표였던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비록 병역 혜택이 포르투갈 전 승리의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었지만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하는 '당근'이 된 셈이다.
김인식 감독은 "WBC에서 병역 혜택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8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 병역 혜택을 받는 방안도 KBO(한국야구위원회)를 통해 타진해 보겠다"고 언급했다.
메이저리거 최희섭, 김선우와 국내파 배영수 등 WBC 출전 가능성이 있는 병역 미필자는 꽤 많다. 특히 해외파의 경우엔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출전이 사실상 어려워 WBC가 아니면 병역 혜택을 보기 힘든 입장이다.
일부에선 축구 월드컵과 달리 WBC가 일부 야구를 하는 국가들 간의 대회라는 점에서 '병역 혜택' 논의는 지나치다는 반응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선수들의 사기진작에 적잖이 도움이 되리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성적을 기준으로 해 병역 혜택을 줄 것이냐는 문제 등 논란 거리가 많아 WBC의 병역 혜택 문제는 자칫 야구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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