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1일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의 자살과 관련해 "진상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신중한 반응 속에도 정치적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 "죽음 내용이 확인된 뒤에…"**
열린우리당은 이번 사건으로 자칫 여권 책임론이 거세질 소지가 다분하다고 보고 정확한 진상규명 뒤로 모든 정치적 평가를 미뤘다.
정세균 당의장은 이날 비상집행위원회의에서 "이 전 차장과 관련한 보도에 전국민이 깜짝 놀랐을 것이다"며 "참으로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로 진실이 규명돼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 후 전병헌 대변인도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는 정도의 얘기가 있었다"고만 전했다. 전 대변인은 "이 전 차장의 죽음의 내용에 대해 충분히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공식적으로 논평을 내기 어렵다"며 "경과가 확인된 뒤에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말했다.
***민주 "검찰 무리한 수사 의심"…한나라 "노 정권도 책임"**
반면 민주당은 이날 정례 대표단회의를 열어 이 전 차장의 자살 문제를 논의한 끝에 신중한 반응 속에서도 "정치적 의도"와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방점을 뒀다.
이낙연 원내대표는 "자살 원인은 차차 밝혀지겠지만 김대중 정부를 도덕적으로 흠집 내려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검찰이 이 전 차장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현 정부 들어 검찰의 조사를 받다가 자살한 고위인사가 이번에 6명이나 된다"며 "노무현 정부 들어 감찰의 조사를 받은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의 자살이 속출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마음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정권 책임론에 초점을 맞췄다. 나경원 공보부대표는 "한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일"이라고 '정권 책임론'으로 몰아갔다. 나 부대표는 이같이 주장한 뒤 "다시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현 정부도 모든 것을 떳떳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현 부대변인도 "이번 일은 사실상 불법 도청을 정략적으로 이용해 이득을 챙기기 위해 이를 지시했던 당시 권력집단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 점에서 노무현 정권은 책임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국정 책임자로서 불법 도청과 이번 국정원 전 간부의 죽음에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노 "불법도청 초점 흐려선 안돼"**
이와 달리 민주노동당은 "이 전 차장의 죽음이 국가적 범죄 행위인 불법도청 문제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묵살하는 데에 악용돼선 안된다"고 경계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무엇보다 국가적 범죄행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여야 정치권이 이번 일을 책임회피와 진실규명 요구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이유로 삼는 것은 고인에 대한 모독이자 국민적 배신행위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정치권은 제출돼 있는 X파일 관련 특별법과 특검법의 처리를 더 이상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책임 있는 태도로 법안 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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