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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정치 계승' 발언 왜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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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정치 계승' 발언 왜 나왔나

<분석> "민주개혁세력 '통합' 촉구"?…정치권 해석 분분

퇴임 후 정치적 행보를 극도로 자제해 온 김대중 전 대통령이 8일 정치적으로 대단히 의미심장한 발언을 던졌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에게 "여러분들은 나의 정치를 계승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전통적 지지표 결집 노력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우리당-민주당의 '통합론'과 결부되기에 충분한 주문도 했다.

***DJ측 "특정 정당 지칭한 것 아니다"…민주당도 "흔히 하는 덕담"**

10.26 재선거 참패를 통해 호남 민심의 이반을 확인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최상의 선물을 얻은 셈이었다. 민병두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과거 우리당 지도부를 만났을 때도 이렇게 확실하게 말한 적은 없었다"며 "일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그동안 'DJ 적자'임을 자부해 왔던 민주당으로서는 대단히 서운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유종필 대변인은 일단 "열린우리당을 지칭한 것이 아니고 과거 DJ와 정치를 같이했던 후배 정치인들에게 격려와 질책을 겸해서 흔히 하는 얘기"라며 "한화갑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말을 열 번도 더 들었다"고 표정관리 했다.

김효석 의원도 "마치 적자 경쟁에서 김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편가르기이자 분열주의적 사고"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50년의 전통을 이어달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대통령 측의 최경환 비서관도 "환담 말미에 정세균 의장을 비롯해서 참석하신 분들에 대한 인연을 강조하면서 덕담을 건넨 것이지 특정 정당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 비서관은 "전통적 지지층 결집" 발언에 대해서도 "참석자 중 한 분이 '민주평화개혁세력의 분열로 당이 어려워졌다'고 하기에 김 전 대통령이 '본전을 놓치고 있다. 정치는 자기 기반세력을 금쪽 같이 생각하는 것'이라고 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민주 '통합' 촉구"? "한화갑 대표에 대한 서운함"?…해석 분분**

하지만 최근 국정원 불법도청 문제 등으로 여권과 긴장 관계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김 전 대통령이 왜 이런 '정치적'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촉각은 곤두섰다.

우선 양당에선 "김 전 대통령에게 뿌리를 두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사이의 통합을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통적인 지지층 결집에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방점을 찍은 해석이다.

민병두 의원은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김 전 대통령은 개혁정권 재창출이 이뤄져야 자신의 통일정책이 발전된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모든 개혁 세력의 연대와 통합을 주문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는 특히 "개혁세력에는 시민사회세력, 노동세력, 재야 민주화세력과 함께 민주당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김효석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우리당의 분당에 대해 대단히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며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에 대한 뜻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현재 상황에선 열린우리당 내부 사정이 복잡해 통합의 현실성은 떨어진다"며 "나는 우리당과 한나라당 내의 일부 의원과 민주당이 헤쳐모이는 식의 정계개편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정치권의 한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에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에 대한 서운함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해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대표가 지난달 14일 "민주당은 DJ 품을 떠났다"며 민주당의 '탈DJ'를 선언한 데 대한 불편한 감정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당시 한 대표는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를 떠났고 정당에 관여하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문병을 가도 나를 만나면 정치적 중립이 훼손된다고 해서 만나주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민주당이 김대중 대통령의 품을 떠났다는 증거 아니냐"고 강조했었다.

특히 한 대표가 그동안 열린우리당과의 통합 논의에 지극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온 것도 이런 해석의 근거로 작용했다. 한 대표는 8일에도 SBS라디오 '진중권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서도 "(호남 민심이 양당의 통합을 바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악연"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대표는 반면 "최근 정몽준 의원과 회동해 입당을 권유했다"고 했고, "고건 전 총리를 언제든지 환영하고 고 전 총리가 오는 것을 모든 사람이 반기고 있다"고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중심당'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하기가 쉬운 상대"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한 대표의 최근 행보로 미뤄본다면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에 대한 애착을 버렸다고 볼 수 여지도 없지 않다. 자신이 만들었고 장남인 김홍일 의원이 현재 몸담고 있는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거리를 두는 동시에 현실 정치세력으로서의 위상도 점점 위축되어가고 있는 정당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물론 이 두 가지 가능성 가운데 어느 쪽이 그의 진심에 가까울지는 콕 찍어서 얘기하기 힘들다. 다만 김 전 대통령이 태생이 같은 두 정당을 동시에 겨냥해 뭔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갖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민주당에 대해서는 그의 마음이 떠났든 아니면 합당을 촉구하는 것이든 결심을 굳혀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날 발언을 두고 정치권의 기류가 어떻게 형성되어가는지를 지켜보면서 김 전 대통령은 또 한 차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향한 발언을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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