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19일 김지형, 김황식, 박시환 씨 등 3명을 대법관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고 빍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임명제청된 3명의 대법관 후보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하고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대법관으로 임명할 예정이라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국회의 동의를 받게 되면 이들은 11월경 대법관 업무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황식 판사는 사법고시 14회 출신으로 현재 법원행정처 차장을 맡고 있고, 김지형 판사는 사법고시 21회 출신으로 사법연수원 연구법관을, 박시환 변호사는 역시 사법고시 21회 출신으로 지난 2003년 판사직에서 물러난 뒤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다.
***박시환 변호사에 눈길…"대법관 젊어졌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박시환 변호사의 대법관 임명 제청. 그동안 대법관은 현직 판사 중에서 기수와 서열 중심으로 선정돼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박 변호사도 지난 2003년 법복을 벗을 때도 대법관 인사의 폐쇄성에 반발하며 물러났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2004년 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사시 20회 출신의 김영란 판사를 임명하며 기수와 서열 중심의 인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이번에 박 변호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되게 된 것이다.
박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에 대해 위헌제청을 하는 등 개혁적 성향으로 참여연대와 법원공무원노조 등에서도 꾸준히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던 인물이다.
김지형 연구관도 '비(非)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 대법원장은 그동안 '비서울대-외부인사-지역법관'을 대법관 구성원의 다양화 조건으로 강조했었다. 게다가 김 연구관은 노동법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며, 노동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음을 감안할 때, 박 변호사와 함께 대법원의 보수성향 탈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은 기수(사시 14회)나 직위로 볼 때 '법원 조직형 인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김 차장은 뛰어난 친화력과 행정력으로 인해 법원 내부에서 신망이 높으며, 자기보다 기수가 낮은 판사가 대법관에 임명될 경우 법복을 벗는 법원 내 관행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 따라 '정책 대법원' 변화 포석 인사**
이번 대법관 임명제청의 배경에는 '정책 대법원'으로 가려는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대법원의 일반 사건 심리 부담을 줄이고 주요 사건에 대한 정책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5개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해 단순 상고심의 경우 고법 상고부로 업무를 분산시키는 내용의 제도 개혁을 추진 중이다.
따라서 박시환 변호사와 김지형 판사의 가세로 김영란 대법관과 함께 '법적 소외계층'에 대한 진보적 판례가 어느 정도 생산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앞으로 고법 상고부가 법관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 대법관 인사의 폭도 넓어질 수 있어 향후 대법관 인선에도 상당한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2006년 대법관 5명, 헌법재판관 5명 무더기 교체**
한편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점쳐져 오던 이홍훈 수원지법원장과 전수안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탈락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이 지법원장은 이용훈 대법원장과 함께 대법원장 후보에 오를 만큼 법조계 안팎의 신망을 받고 있고, 사시 14회로 조직 안정적인 측면에서도 무리가 없기 때문에 대법관 후보 1순위로 예측됐었다. 하지만 이 지법원장이 대법원장 후보군에 포함돼 있었다는 측면에서 후임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이번 인선에서 제외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2006년 9월에는 윤영철 헌재소장을 비롯해 5명의 헌법재판관이 교체된다.
전수안 부장판사의 경우 김영란 대법관과 함께 여성 대법관 1호로 거론되던 인물로, 아직까지 여성 대법관이 1명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법관 임명이 무난할 것으로 점쳐졌었다. 하지만 내년에 추가로 5명의 대법관이 교체되기 때문에 내년 인선에는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후보군에 포함된 9명의 인물은 누구를 뽑아도 이견을 보이지 않을 사람들"이라며 "내년 인사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용훈 대법원장은 3명의 대법관이 임명될 때까지 판결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장을 겸직하고 있는 손지열 대법관을 처장직에서 제외하고 권한대행자로 장윤기 창원지법원장을 임명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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