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인근 막걸리촌에 대단위 고층 아파트단지 조성 문제를 놓고 학교측과 주민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14일 고려대 등에 따르면 고려대 정문 맞은 편의 동대문구 제기동 136번지 일대 주민들이 관할 구청에 아파트 건립을 위한 재개발 심의를 신청하자 학생들은 환경권 침해를 이유로 온라인 반대 서명운동에 들어갔고 학교 쪽도 이에 동조하고 구청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재개발 대상 지역은 고려대 정문 맞은 편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136번지 일대 1만4000여 평으로 낡은 술집과 하숙집이 몰려 있으며 특히 고려대의 상징인 호랑이 못지 않게 오랜 세월 학교의 명물로 자리매김한 막걸리촌이 형성돼 있는 곳.
주민들은 3∼4년 전부터 재개발을 추진, 작년 10월 재개발 심의신청서를 동대문구청에 낸 데 이어 1000세대 규모의 16층짜리 아파트단지를 조성하기로 계획한 것.
최근 이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고대 앞 아파트 재개발 반대 학생모임'을 만들어 "모교를 아파트 앞마당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모임은 9일 인터넷 카페(http://club.cyworld.com/notoapart)를 만들고 온라인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모임측은 카페 공지글에서 "후배들에게 고층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고대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이 일대에는 아파트가 아닌 문화 공간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반대운동 이면을 보면 이 지역에 대한 향수와 영세 상인들에 대한 배려도 담겨 있다.
이 지역에는 돈 없는 학생들이 자주 가던 분식집과 막걸리집 등이 밀집해 있는 데다 흔쾌히 외상을 주던 인심 좋은 상인들이 가게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에 밥을 말아먹고 끼니를 때웠다'는 선배들의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지는 곳도 바로 여기다.
반대모임을 주도하는 한 학생은 "오랫동안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던 상인들이 피해를 볼까봐 걱정"이라고 말했고, 다른 학생은 "졸업생들은 수십년간 옛모습 그대로 유지되던 추억의 장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학교 쪽도 학생측과 같은 입장으로 재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고려대는 작년에 고층아파트 단지 건설계획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3차례에 걸쳐 동대문구와 서울시에 제출했다.
학교 관계자는 "재개발조합추진위원회에 고층아파트 재개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며 "학교 주변에는 대학문화에 맞는 타운이 형성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재개발 대상 지역은 건물이 낡고 내부 공간이 협소해 주민들의 불편이 매우 크다"며 "환경권을 이유로 주민들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민들은 지난 수십년간 학생들의 시위로 피해가 컸다. 고려대가 지역주민의 고충에는 무관심하다가 이제 와서 재개발에 반대하는 것은 명문사학답지 않은 이기적인 행동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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