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흔히 수비력과 기동력을 강조하고 기회 때마다 희생번트를 시도하는 야구 스타일을 가리켜 '스몰 볼'이란 표현을 쓴다. 호쾌한 공격야구에 대치되는 '스몰 볼'은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 힘들지만 단기전 승부에서는 효과적이다.
지난 시즌 두산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셨다. 승부처에서도 희생번트를 시도하지 않아 쫓기는 경기를 했던 두산 김경문 감독의 결정도 패배에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김경문 감독은 '멋진 야구' 보다 '이기는 야구'를 택했다.
"지난 시즌엔 제가 하고 싶은 '공격 야구'를 했고 많은 공부를 했다. 하지만 이번엔 초반부터 번트를 대겠다.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야 선수와 감독이 불안하지 않게 경기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의 말처럼 두산은 초반부터 번트 작전으로 선취점을 올리는 전략을 폈고 8일 펼쳐진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 작전은 정확히 들어 맞았다.
'수비를 먼저 탄탄하게 하겠다'는 김 감독의 구상은 용병술에서도 드러났다. 최경환 대신 전상열을 1,2차전에 모두 기용한 것이 좋은 예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최경환보다는 전상열이 수비가 좋아 먼저 기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상열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빛을 발했다. 1회초 2사 2루 상황에서 한화 김태균의 까다로운 타구를 빠른 발을 활용해 플라이 타구로 처리했다. 전상열은 4회말 2사 만루 때 1루수 키를 넘기는 행운의 2타점 2루타로 두산의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두산은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두산의 주포인 김동주가 "자주 포스트시즌 경기를 했던 선수들이 많은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 건 체력소모가 큰 포스트시즌 경기에 불리하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정규시즌 동안 적절한 선수 교체로 베테랑 선수들을 배려했다. 또한 두산은 정규시즌 마지막 날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해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9일간의 휴식을 취한 게 보약이었다. 5차전까지 가는 SK와의 피말리는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느라 에이스 문동환이 3일 휴식밖에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한화와는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진루타를 먼저 생각하며 잡아당기는 타구보다 밀어치는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도 두산의 힘이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5회말 승부의 쐐기를 박는 투런포를 작렬한 안경현은 "꼭 밀어치겠다는 팀 배팅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잡아당겨 한 경기에서 큰 타구를 내기보다 (효과는) 작지만 꾸준히 밀어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선수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1승만 더 올리면 '호화군단'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펼친다. 김경문 감독은 "2연승 했지만 1승을 더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김칫국부터 마시지 않겠다. 하지만 3차전은 (한국시리즈를 생각하면) 욕심을 내야 할 경기다. 김명제를 선발로 내세웠지만 나머지 투수를 총동원해 잠실구장에서 플레이오프 승부를 끝내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2001년 한국시리즈에 우승할 때와는 달리 지금은 상대를 힘으로 압도하지 못한다. 하지만 선수들간의 결속력은 그 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다"라며 한국시리즈를 향해 순항하고 있는 두산이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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