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30일로 예정돼 있던 해군의 차세대구축함(KDX-III)에 장착할 전투체계의 시험평가 결과발표를 돌연 연기해 파문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전투기(F-X) 선정과정에 시험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강한 로비의혹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던 국방부가 앞으로 '비공개 수의계약'으로 외국산 무기를 구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동신 장관, "앞으로는 무기구매는 수의계약으로 하겠다"**
차세대구축함(KDX-III) 구매는 '해군의 F-X' 사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요예산이 3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따라서 미국과 네덜란드의 두 방위산업체가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국방부는 당초 차세대구축함에 장착할 전투체계의 시험평가 결과를 30일 김동신 장관의 결재를 거쳐 언론에 공개한 후 6월 중순 최종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김 장관이 돌연 "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발표가 연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군은 당초 4월까지 전투체계에 대한 시험평가와 협상을 모두 마치고, 5월에 기종을 결정해 6월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집행승인까지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공군의 차기전투기 구매 결정이 계속 늦춰지면서 해군의 계획도 밀려 당초 일정보다 한달 늦은 30일 국방장관의 결재를 받을 예정이었다.
국방부 공보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시험평가 결과는 다소 시기가 늦춰진 것일 뿐 반드시 언론에 공개할 것 "이라며 "장관이 결재를 하지 않으신 것은 서류상에 아직 다소 미비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F-X 사업 때 오해가 많아서 특히 신중하게 처리하는 분위기"라며 "아직 공식적인 발표 일정 등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F-X사업때 곤욕을 치룬 국방부가 '비공개'로 해군의 차세대구축함을 구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김동신 국방장관은 F-X사업의 평가자료 공개후 잡음이 끊이지 않자 지난 4월 국회 국방위답변때 "앞으로 무기획득사업은 수의계약을 하는 것을 적극 검토 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었다.
***F-X사업때처럼 미국과 유럽 경쟁중**
현재 해군이 추진중인 차세대구축함 사업은 총 2조9천6백8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대공·대유도탄·대함·대잠수함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7천톤급 대형 구축함 3대를 2008년부터 2012년에 걸쳐 실전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 사업의 수주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외국계 방산업체는 이지스(AEGIS)체계를 앞세운 미국의 세계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와 아파르(APAR)체제를 앞세운 네덜란드의 텔라스사이다.
국방부 주변에서는 가격 면에서는 아파르가 우위에 있지만 실제 운용중인 국가가 없어, 이지스 쪽이 다소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F-X때 프랑스의 라팔이 가격 등에서 우위에 있었던 반면, 미국의 보잉이 부시정부를 앞세운 외교공세로 결국 F-X사업을 따냈던 것과 대단히 유사한 구도이다.
시민, 재야단체들은 이에 "이번 사업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우위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미사일방위(MD)체제를 보조하기 위한 '해군판 F-X'사업"이라며 적극반대하고 있다.
해군은 이같은 반대여론을 의식하여 지난 10일 공보실을 통해 "KDX-III는 MD와 무관하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이번 사업은 80년대부터 계획해 추진중인 사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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