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 파문'으로 낙마한 홍석현 주미대사를 대신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문화일보는 22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2006년 말 선출될 임기 5년의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반기문 장관을 내세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반 장관이 개인적 역량과 경력, 유엔을 주도하는 강대국들과의 관계 등 모든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데 대해 정부 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공식 후보 선정 절차를 거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봐도 틀림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노무현 대통령도 '반기문 후보 카드'에 대해 긍정적 견해"라고 보도했다.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반 장관은 22일 밤 귀국할 예정이다.
***청와대 "후보 미리 공개되면 다른 나라의 견제 받아"**
이같은 보도에 대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그렇다 아니다 얘기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후보가 조기에 공식화될 경우 다른 나라의 견제를 받아 불리해질 수 있다"고 공식적인 확인이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홍석현 대사가 낙마한 이후 유엔 현장에서 '한국은 후보를 내지 않을 거냐'는 식의 얘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로선 △후보자를 낼 것인지 △후보자를 낸다면 누구를 어떤 절차를 거쳐 낼 것인지 등에 대해 유엔 상임이사국들은 물론 국내에서도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의 후보자를 낼 경우 반 장관 이외에 마땅한 인물이 없는 것이 사실이긴 하나 현 시점에서 반 장관을 거명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며 문화일보의 보도에 난감해 했다. 이 보도가 '공론화 절차'를 한발 앞질러 감으로써 오히려 일의 진행을 어렵게 만들어버렸다는 얘기였다.
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진출 문제는 22일 밤 반 장관의 귀국 이후 청와대 등이 유엔 현장의 여론을 수렴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방침을 정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대 외교학과와 외무고시(3회) 출신인 반 장관은 외교부 미주국장, 주미대사관 참사관 및 총영사, 외교부 차관 등을 거친 '미국통'이다. 주유엔대사 시절에는 당시 한승수 유엔총회 의장의 비서실장을 겸하기도 했다. 현 정부 초대 대통령 외교보좌관을 거쳐 외교장관으로 승진.발탁될 때에도 그에 대한 미국 측의 신뢰가 중요한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반 장관이 이번에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거명되는 데에는 정통 외교관료 출신이라는 점과 미국과의 원활한 관계 등이 경쟁력으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거는 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말에 있을 예정이다. 안보리 상임이사(후보)국을 제외하고 대륙별로 순환하는 관례에 따라 차기 사무총장은 아시아에서 나올 것으로 보이며, 현재 태국과 스리랑카에서 입후보 의사를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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