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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과 '연습생 신화', 어느 게 더 가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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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과 '연습생 신화', 어느 게 더 가치 있을까?

[프레시안 스포츠]19년 선수생활 마침표 찍은 장종훈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가지 못했기 때문에 프로에 가서는 꼭 '야구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1986년 배성서 전 빙그레 감독의 도움으로 '연봉 300만 원짜리 고졸 연습생'으로 빙그레(현 한화)에 입단한 뒤 한국 프로야구의 '영원한 홈런왕'으로 자리매김한 장종훈의 말이다.

장종훈은 15일 은퇴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상적으로 연습을 못해 홈런을 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쨎든 배트를 세게 휘둘러 보려고 합니다"라고 운을 뗏다.

장종훈은 "상대팀 투수 박정태는 오늘이 첫 선발 등판"이라는 말을 듣고 "그럼 홈런 치면 안 되겠다. 제가 오히려 투수의 기를 살려줘야 할 것 같다"고 말해 기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장종훈은 "어제 은퇴경기 리허설 도중 영상물이 나갈 땐 마음이 착찹했다. 처음 프로에 들어와 연습할 때 생각이 많이 났다. 오늘 경기에서 몇 타석이나 기회를 잡을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며 은퇴를 앞둔 심경을 피력했다. 장종훈은 이날 은퇴 경기에서 7번타자 겸 지명타자로 5회까지 타석에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장종훈은 "1990년 홈런왕에 오른 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당시 이만수 선배가 추격해 와 조바심이 났지만 잘 극복했다"고 회상했다. 장종훈은 1990년 생애 첫 홈런왕을 차지한 뒤 92년까지 홈런왕 3연패를 달성하며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프로야구 역대 최다인 개인 통산 홈런 340개를 기록 중인 장종훈은 1992년에 쏘아 올린 시즌 41번째 홈런을 가장 인상적인 홈런 중의 하나로 꼽았다. 높게만 보였던 한 시즌 40 홈런의 벽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종훈은 "예전엔 홈런 기록이 제일 가치 있는 줄 알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최다 경기 출장 기록에 더 애착이 가기 시작했다. 경기에 나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장종훈은 "한국시리즈에 5번 올라갔지만 1999년 단 한번밖에 정상에 서지 못했다. 비록 3번이나 해태(현 기아)에게 패했지만 자부심만은 잃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현재 한화 2군 코치를 맡고 있는 장종훈은 "3개월 동안 (2군 코치로) 생활했는데 2군 선수들은 1군 선수들과 달리 많이 여리다. 1군 선수들처럼 언론의 관심도 없고 1군에 올라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저도 그런 어려운 과정을 겪었던 만큼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종훈은 "향후 진로는 포스트시즌 경기가 끝나 봐야 알 것 같다. 거창한 계획보다 선수 때처럼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홈런왕'보다는 '연습생 신화를 이룬 성실한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촌놈' 장종훈 다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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