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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목표가 20평 아파트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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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목표가 20평 아파트 구입?"

'아내모', 광화문에서 첫 부동산 가격 성토집회

요즘 웬만한 집회에 가면 무대로 쓸 수 있는 5t이 넘는 차량은 기본이고, 사회자는 거의 방송국 MC 뺨 치는 말솜씨와 재치를 보여준다. 게다가 발언 사이 사이에 각종 율동과 초대 가수(?)까지 곁들여져 지루할 틈이 없이 아주 잘 짜여진 한 판의 공연을 보는 듯한 기분마저 들곤 한다.

그런 집회와 비교하면 주말인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 인도 한 켠에서 벌어진 '아파트값 내리기 모임'(아내모 http://cafe.daum.net/downapt)의 '부동산폭등을 성토하는 촟불집회'는 너무도 소박했다. 모인 사람도 50여명에 불과했고, 연단은 1.5t 트럭에 마이크 하나가 전부였으며, 사회자는 말문이 종종 막히는가 하면 구호를 외치는 데도 박자가 맞지 않아 머쓱해지기 일쑤였다. '일몰 후 집회를 할 수 없다'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까지 지키려 애썼다.

하지만 이들은 '집회'에 관해서는 아마추어'였을지언정, 현재 하늘 높이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정부의 허울뿐인 대책을 성토하는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프로였기 때문이다.

***"아파트 산 친구는 수억 벌고, 식당 개업한 친구는 거리에 나 앉고"**

어느 정당 소속도 아니고 시민단체 회원도 아닌 이들은 자발적으로 광화문에 나서서 컴퓨터 자판이 아닌 육성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아이디 '내려놔'인 아내모 회원은 격앙된 어조로 "대한민국에 태어난 목표가 평생 벌어 20평짜리 아파트 한 채 사는 것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이어 "97년에 한 친구는 목동에 28평짜리 아파트를 샀고 다른 한 친구는 식당을 개업했는데, 식당을 개업한 친구는 짐승 같이 일만 하며 부가세 꼬박꼬박 냈지만 지금은 길거리에 나 앉았고, 목동에 아파트를 산 친구는 세금도 거의 안 내고 5억8000만 원에 아파트를 팔아 수억 원의 이익을 남겼다"며 분개했다.

그는 "이번에 내놓은 8.31 부동산 대책을 보면 송파 신도시를 만들어 전 국민의 0.5%도 안 되는 강남 사람들의 주거 대책을 세운 것"이라며 "선거 때만 '서민'을 팔아먹는 정치권에 기대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이디 '밀기울' 씨는 "주택 60%를 5%의 소수가 소유하고 있는 잘못된 구조로 인해 사회 공동체 의식이 완전히 붕괴되고 있다"며 "정치의 민주화 이전에 경제의 민주화를 완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대책 도대체 누구 얘길 듣고 만들었나"**

안양에 산다는 아이디 '투기박살'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평범하게 열심히만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살다 보니 커다란 문제가 하나 걸리는 게 '집 장만'이었다"며 "처음에는 강남 아파트 값 문제가 '강남만의 문제'라고 생각해 무관심했지만, 강남이 오르면 분당이 오르고 거기에 용인. 판교. 송파까지 줄줄이 값이 오르게 하는 것을 보니 이것은 단지 강남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남에 산다'고 자신을 소개한 '실거주자 박철훈 씨는 "월 100만~200만 원씩 저축해도 이사가려 하면 1년에 몇 억씩 뛰는 분양가를 감당할 수 없다. 분양원가는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을 만든답시고 공위 공무원과 정치인 등 '가진자'들만 데려다 의견을 듣고 어떻게 진짜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역시 정부의 8.31 부동산 대책을 성토했다.

이날 집회에는 '아내모' 회원들 외의 인사들도 참석해 앞으로 공동으로 부동산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가기로 결의를 다졌다.

전국임대아파트연합회 김영관 사무국장은 "무조건 매년 5%씩 오르게 돼 있는 임대아파트의 월세를 고치는 데도 임차인들은 임대주택법상 '협의권'밖에 아무런 권리가 없어 무척 힘들었다"며 "이 땅의 서민들과 주거 약자들의 현실은 정말 초라하다"고 말했고, 전국철거민협의회 이병한 조직국장은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으로 서민들이 철거민으로 내몰려 목숨을 건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모'에서 '건설도인'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쓰고 있기도 한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은 "대한민국의 지배세력인 대통령과 여의도 정치인들, 과천 공무원들이 나를 길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며 "이들은 85%의 국민이 아닌 5%의 기득권과 '개발 5적'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며 "그러나 보수언론은 이런 기득권들에 대한 특혜와 거품을 통한 부의 축적 구조를 알리지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다른 단체들과 연대해 계속 싸워나갈 것"**

이날 집회를 주도한 '아내모'의 운영자인 아이디 '육아주택'은 "오늘 집회는 시간도 촉박하고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러나 8.31 대책을 보고 실망한 마음을 다잡고 이날 집회를 계기로 희망을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는 온라인에서 토론하고 건교부나 재경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시위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앞으로 오프라인에서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애쓰는 모든 단체들과 연대해 지속적으로 싸워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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