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청'을 수사 중인 검찰이 29일 서울 시내 7개 전화국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국정원이 법원의 영장을 발부 받은 합법 감청 대상자에 일부 다른 인사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불법 감청을 실시했는지 확인키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도청 수사팀은 이날 수사 검사 4명을 포함해 40여명의 수사진을 혜화, 신촌 등의 KT전화국에 보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여에 동안 압수수색을 벌여 상자 10개 분량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전화국이 국정원의 불법 도청에 협조했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전화국을 통한 국정원의 불법 도청이 확인된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에서 주안점을 둔 것은 국정원이 법원의 영장을 발부 받은 합법적인 감청 대상자에 '영장을 받기 힘든' 대상자를 끼워 넣거나 바꿔치는 방식으로 불법 감청을 시도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져 그 결과가 주목된다.
현재 전화국에는 국정원이나 경찰 등의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발부 받아 감청을 요구할 경우, 해당 회선을 국정원으로 연결시켜 주는 전담 직원이 따로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들을 상대로 감청 목록을 조사할 경우 국정원에서 확보한 감청 목록과 비교해 국정원의 불법 감청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국정원이 불법 감청을 시도했을 경우, 국정원에서 확보한 감청 목록과 전화국에서 확보한 감청 목록이 다를 수 있다. 국정원은 '합법적' 감청 리스트를 남겨둔 반면, 전화국 측에서는 국정원이 요청한 감청 리스트를 보관해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검찰은 이에 따라 압수수색물을 정밀 분석한 뒤, 국정원의 감청 신청 목록 등이 조작된 흔적이 있거나 국정원 측 자료와 다른 점이 발견될 경우 KT직원 및 국정원 실무자에 대한 소환 조사도 벌일 방침이다.
검찰은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 유선중계망 감청장비인 R-2를 통한 감청 리스트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R-2는 국정원이 자체제작한 '휴대전화-유선전화', '유선전화-휴대전화' 등 유선전화 사용 구간이 포함된 통화에 대해 감청이 가능한 장비로, 국정원은 2002년 3월 관련 장비를 모두 폐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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