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23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해 불법도청 정국의 진행과정에서 생긴 앙금을 털어내는 일에 진력했다.
***"나의 방북보다 남북관계 잘 풀리는게 더 중요"**
전병헌 대변인에 따르면 1시간10분 가량 이어진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김 전 대통령과 우리당 지도부는 남북관계와 8.15 민족대축전 등을 화제로 대화를 이어갔으며, 불법도청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일절 없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방북 초청을 받았지만 내가 방북을 직접 하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남북관계가 잘 풀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 경제협력을 강조하며 "북한이 열리지 않는 한 남한은 섬에 불과하다"며 "육해로가 통해야 진정으로 남한도, 북한도 경제적 발전과 도약을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전 대통령은 "시장에 부동자금이 400조가 있고 중소기업이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가는데, 중소기업이야말로 북한에 돈과 기술을 대고 토지와 노동력을 이용한다면 남북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을 회고하며 "(당시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쟁 없이 남북이 평화적으로 교류한다면 북한도 남한만큼 잘 살 수 있다. 남한도 해냈는데 북한이 못할 것 있겠느냐. 서로 경쟁력을 높이다가 충분히 교감되면 그때 통일해도 늦지 않는다. 통일은 공동으로 승리해야지 어느 한 쪽이 지거나 이기는 통일이 돼선 안된다'고 말했더니 김정일 위원장도 공감하는 표정이었다"고 밝혔다.
***"북미관계 해결에 남한의 역할이 중요"**
김 전 대통령은 또 8.15 민족대축전과 관련해 "남북관계의 환경이 상당히 좋아진 것 같고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도 쌀 지원에 찬성하는 것 같은데 이는 커다란 변화"라며 "71년부터 빨갱이라는 소리를 듣고 감옥에 가고 퍼주기라는 온갖 비난을 감내하면서 일관되게 햇볕정책을 추진해 온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해 "북미관계에서 미국이 북한을 받아들이게 하는 문제에 있어 남한의 노력과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제 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고, 김정일 위원장의 생각의 요점도 전쟁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과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며, 다만 "당에서 홍보 기능을 강조하고 강화시켰는데 국민의 목소리를 좀 더 확실하게 듣는 기구가 필요할 것 같다. 좋은 정치는 자기 생각을 잘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우리당 지도부에 당부했다.
문 의장 등은 "오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고 다시 한번 머리속이 명쾌하게 정리돼 돌아간다"며 이날 예방 결과에 흡족해했다.
이날 예방에는 문희상 의장, 정세균 원내대표, 배기선 사무총장, 전병헌 대변인 등이 동참했다. 전 대변인은 "분위기는 대단히 좋았고 도청 얘기는 나올 새도 없었고 나오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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