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떡값'의혹 사실 조사해 적절한 조치"

"X파일은 유착의 결정판…수사 미진하면 지휘권 행사"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23일 "떡값 검사에 대해 사실을 조사하고 적발된 부분에 대해선 적절한 조치를 취해 검찰의 신뢰회복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떡값 의혹 만으로 심각한 상황"**

천 장관은 이날 10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X파일 공대위'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사실 여부를 떠나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도 "검사들이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을 확인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겠다"고 밝혔다.

천 장관은 그러나 '떡값 의혹'에 대한 내부 감찰을 요구하는 민노당 노회찬 의원의 요구에 대해선 "세풍 당시의 수사상황이나 엑스파일 내용에 대한 여러 의혹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수사가 이뤄져야만 그 뒤 감찰이 이뤄질 수 있다"며 "지금부터 감찰을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논리적으로 아직은 거기까지 갈 단계가 못된다"고 선을 그었다.

천 장관은 또 "독수독과이론, 공소시효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검찰이 국민의 의혹을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독려하겠다"며 "만일 검찰이 X파일 문제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법에 따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내가 수사 지휘권도 행사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X파일은 정경언 유착의 결정판, 최선 다해 진실 추구"**

천 장관은 또 공대위 대표자들의 X파일 내용 수사 촉구에 대해선 "국민의 관심은 크겠으나 장관으로서는 아직 X파일 내용을 사실로 전제하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과거 잘못된 악습인 정경언 유착의 결정판으로 국민의 척결 열망이 얼마나 높은지 잘 인식하고 있기에 최선을 다해 진실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천 장관은 그러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대한 수사 여부에 대해선 "이 자리에서 특정기업이나 특정인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천 장관은 다만 "사회적 강자 앞에서 굴하지 않고 강력하게 검찰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천 장관은 또 "내용 공개를 원하는 쪽에선 적법한 절차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고 반대로 내용 공개에 반대하는 이들은 적법한 절차를 강조하고 있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표단 "도청과 달리 내용 수사에 소극적"**

한편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정부나 우리 사회가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를 우리에게 준 것"이라며 "천 장관은 소신대로 올바른 수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가 총체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했고,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검찰이 불법 도청과 달리 내용 수사에는 소극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석운 민중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검찰 내부의 삼성장학생의 신뢰 상실에 대처해달라"고 주문했다.

대표단은 이날 '수사 촉구서'와 '검찰의 삼성그룹 총수관련 주요사건 처리결과' 자료를 장관에게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