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첼시가 지난 주말 벌어진 정규리그 경기에서 똑같이 1대0의 승리를 거뒀지만 팀 분위기는 엇갈렸다.
수비 위주로 나선 아스톤빌라를 상대로 승리한 맨유는 올 시즌 분명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같으면 이런 경기에서 맨유는 무승부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영국 언론의 평가가 뒤따를 정도였다. 반면 첼시는 정규리그에서 아스날을 10년만에 제압했지만 주제 무리뉴 감독의 선수 로테이션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퍼거슨, "박지성 등 4명의 공격수에 대만족"**
맨유는 20일(현지시간) 펼쳐진 아스톤빌라전에서 초반에 제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전반 28분 박지성의 벼락 같은 오른발 슛을 쇠렌센 골키퍼가 쳐내 크로스바를 맞고 나간 뒤부터 맨유는 경기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초반엔 아스톤빌라 데이빗 오리어리 감독의 뜻대로 경기가 흘러갔지만 부지런하게 경기장을 누비던 박지성의 활약에 흐름이 바뀐 셈이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후반 들어 박지성과 존 오셔를 빼고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와 가브리엘 에인세를 투입해 아스톤빌라를 더욱 압박했고 결국 선취골을 뽑아냈다. 후반 21분 아스톤빌라 수비수 멜베리가 머리로 걷어낸 공이 골문 방향으로 흐르자 맨유의 특급 킬러 반 니스텔루이가 가볍게 차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후 "나는 4명의 공격수(반 니스텔루이, 루니, 호나우두, 박지성)에 대만족이다. 또다른 공격 옵션으로 나는 라이언 긱스를 활용할 수도 있고 원한다면 앨런 스미스도 쓸 수 있다. 이 부분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라며 지난 시즌에 비해 발전한 맨유의 강점을 언급했다.
아스톤빌라의 오리어리 감독은 "맨유는 우승에 굶주려 있다. 재력을 앞세운 첼시가 다른 경쟁자들을 따돌릴 것으로 보이지만 맨유는 여전히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할 만한 막강 멤버를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넘쳐나는 스타 플레이어의 부메랑 맞은 '부자구단' 첼시**
한편 21일 펼쳐진 아스날전에서 드로그바의 행운의 골로 승리를 차지한 첼시는 표면상으로 상승세를 타야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했다. 에인트호벤 시절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었던 첼시의 윙 플레이어 아르옌 로벤이 무리뉴 감독의 선수 로테이션 시스템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
로벤은 "두세 경기에 출전했다가 한 경기만 못하면 바로 벤치 멤버가 되는 선수 로테이션 시스템이 문제다. 이 방식대로라면 선수들이 경기감각을 잃어버릴 수 있다. 난 첼시에 뛰러 왔지 벤치에서 연봉을 챙기러 온 것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첼시는 아스날전에서도 크레스포, 구드욘센, 로벤 등을 투입했다가 후반전에 드로그바와 올 시즌 거액을 들여 영입한 에시앙, 숀 라이트 필립스로 교체할 정도로 남아도는 스타 플레이어에게 출장시간을 어떻게 분배해야 좋을지 난감한 입장.
세계적 명문 클럽들이 정규리그, 챔피언스리그와 자국의 FA 컵 등 빡빡한 경기일정을 치르기 위해 실력을 갖춘 교체 멤버가 필요한 건 주지의 사실. 최근 2년간 선수 영입에만 무려 4927억 원을 투자한 첼시는 호화 멤버로 두 팀을 꾸릴 수 있을 만큼 선수 자원이 풍부하다. 물론 선수들 간 경쟁이란 측면에서 많은 선수 자원은 긍정적 요소지만 자존심 강한 스타급 선수들의 교체멤버 전락에 대한 불만감은 첼시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년 연속 프리미어리그에서 3위에 머물러 자존심이 상한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에너자이저' 박지성을 영입해 팀 체질 개선에 성공한 반면 부임 첫해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른 첼시 무리뉴 감독은 선수 로테이션 시스템에 대한 로벤의 불만 표출로 새로운 고민에 빠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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