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는 서울’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Le Figaro)는 이 한마디로 한국이 미국의 F-15K를 차기 전투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제목의 22일자 기사는 경제와 군사협력 남북문제까지 열거하며 한국의 대미의존을 설명하고 미국 전투기가 차기전투기로 선정된 배후를 분석하고 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차세대전투기선정에서 보잉사의 F-15K와 경합했던 라팔 전투기의 패배는 한국의 대미 의존도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일 것”이라며 무기 공급을 다각화하려는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야에서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국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르 피가로는 한국이 국방과 관련하여 무기의 85% 이상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며 경제도 미국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있어 미국에 등을 돌릴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이어 수출이 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하고 그 중 북미 시장 비율이 20%를 차지하는 한국이 외국자본의 투자유치에도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재벌개혁정책은 상당 부분을 외국 투자자들에게 의존하고 있고 1/4분기에 외국인 투자액은 미국투자자들 덕분에 40%나 대폭 증가하여 21억 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1월 이후 미국은 지난 해 동기 대비 257%나 증가한 9억 5천8백만 달러를 투자, 유럽의 4억7천4백만 달러, 아시아의 2억8천9백만 달러를 크게 앞서는 수치라는 것이다.
전투기 기종선정을 전후해서 미국계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사가 3월말에 한국의 국가채무 신용등급을 2단계 상향 조정했고 미국의 GM사는 최근 대우자동차를 인수, 오는 7월 신설법인 GM대우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며미국의 델타항공도 서울을 아시아의 지역거점도시로 삼으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한 사실등을 예로 들며 한미간의 밀접한 이해관계를 자세히 설명했다.
미국측도 성의를 보이기 위해 한국의 미군기지 수를 줄일 예정이고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최근 북한에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위한 9천5백만 달러의 지원을 승인하는 등 냉담하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이 기사는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 보잉사의 F-15K를 선택한 것은 결국 한미방위조약에 따른 상호 협조원칙에도 부응하는 것이며, 무시할 수 없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도 상관된 것이라고 기사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앞서 르 피가로는 20일자‘서울, 보잉의 F-15K 선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차세대전투기로 다쏘의 라팔 대신 보잉의 F-15K를 선택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기사는 수주 전부터 한국정부가 기종선정기준에서 미국 보잉사가 유리하도록 정치적인 고려를 포함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렴한 가격, 기술 및 운용능력, F-15K보다 훨씬 유리한 기술이전 조건 등 여러 유리한 점에도 불구하고 라팔이 1단계 심사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다쏘사 관계자들은 명예를 위해서라도 법적인 조치를 취할 태세라고 전했다.
또 한국이 1990년에 율곡사업과 관련하여 해상정찰기를 구입할 때도 다쏘사의 아틀랜틱2를 선정했다가 막판에 미국의 P3C기로 선정을 번복한 바 있으며, 1999년에도 프랑스의 군사기술을 거부한 사례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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