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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한나라당은 토론할 때도 직분 따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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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한나라당은 토론할 때도 직분 따지냐"

"한나라 집권하면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갈까 걱정"

"정치인들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미니홈피 등을 통해 상호소통에 정성을 쏟는 이 시대에, '당 대표에게 문제제기를 하려면 장·차관급 이상, 의원은 3선 이상, 네티즌들은 박사급 이상' 식의 규정이라도 만들 셈인가."

지난 9일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당신의 대안은 무엇인가 : 박근혜 대표는 국민에게 좀 더 진지해져야 한다"는 글을 써 박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거부한 데 대해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 2급 비서관이라는 사람의 본분과 분수를 넘어선 행동"이라고 이를 문제 삼았다.

그러자 청와대가 12일 "공당의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도 '자격'이 필요한가 : 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 권위주의"라는 안영배 국내언론비서관의 지원사격용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안 비서관은 이 글에서 "'당 대표에게 감히…' 라는 반응만 앞서는 한나라당의 태도에는 시대를 거스르는 권위주의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며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면 다시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기우일까"라고 말했다.

앞서 양 비서관 글과 마찬가지로 안 비서관의 글을 한나라당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앞서 안 비서관은 이 글을 11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다.

다음은 안 비서관 글 전문.

***공당의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도 '자격'이 필요한가
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 권위주의**

지난 9일자 <청와대 브리핑>에 실린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의 글을 놓고 한나라당 등 일각에서 이런저런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작 양 비서관이 제기한 문제는 사라지고 자격 시비와 같은 곁가지 논란만 부각되고 있다. 언제까지 달을 가리키는 손만 볼 것인가.

실제로, 가만히 그 소리를 들어보면 불만이나 비판은 크게 하나로 모아진다. "청와대의 일개 2급 비서관이 감히 제1야당의 대표를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태도는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논평에서 잘 드러난다. 전 대변인은 양 비서관의 글에 대해 "청와대 2급 비서관이라는 사람의 본분과 분수를 넘어선 행동", "분수도 직분도 맞지 않는 글"이라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두논평에서는 "청와대는 애도 없고 어른도 없느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양 비서관의 글은 박근혜 대표가 지난 1일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힌 데 대한 문제제기였다. 글 제목 그대로 연정 제안 거부에 따른 대안이 무엇인지 물은 것이다. 대통령 제안의 핵심은 지역주의 타파이며, 그렇다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지역주의 타파 없이 정책정당이라는 구호가 현실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를 물은 것이다.

이 같은 물음은 본분과 분수와 직분을 떠나 합리적 공론의 장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문제제기이며 그에 대한 대답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적어도 지역주의 타파와 그 대안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 대변인을 통해 나타난 한나라당의 태도는 오로지 프로토콜(의전) 타령뿐이다.

양 비서관이 박 대표에게 회담을 요구한 것인가, 담판을 짓자고 한 것인가. 토론하자고 한 것이다.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물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토론하는 데도 분수와 직분을 따지나?

11일 양 비서관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적한 것처럼 정치인들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미니홈피 등을 통해 상호소통에 정성을 쏟는 이 시대에, '당 대표에게 문제제기를 하려면 장·차관급 이상, 의원은 3선 이상, 네티즌들은 박사급 이상' 식의 규정이라도 만들 셈인가.

다른 사례를 하나 상기해 보자. 5년 전, 일면식도 없는 장관과 타 부처 5급 사무관이 편지와 전화로 수협 정상화 방안을 놓고 격의 없는 토론을 벌여 잔잔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재정경제부의 한 사무관이 e메일을 통해 해양수산부의 수협 정상화 방안을 신랄하게 비판한 내용을 장관에게 직접 보냈다. 다음날 그 사무관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해양수산부 장관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장관은 자신의 고충을 토로하며 강구 중인 수협 정상화 방안을 사무관에게 설명했다. 알다시피, 그 장관은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2003년 3월 공개적으로 '평검사들과 대화'를 가진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며 애, 어른만 따지지 않았다.

'당 대표에게 감히…' 라는 반응만 앞서는 한나라당의 태도에는 시대를 거스르는 권위주의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면 다시 권위주의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기우일까. "민생·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구호만 앞세운 채 소통과 토론을 회피하는 걸 보면 한나라당은 대안을 찾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는 제1야당의 정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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