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포츠 경기에서 최고의 감독은 복장(福將)이다. 아무리 지혜와 인덕을 갖췄다 해도 천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사망한 진 모크 감독은 복장과는 거리가 먼 비운의 감독으로 기억된다. 그 때문에 26년간 메이저리그 감독직을 맡았던 모크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결과에 의해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감독의 비애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승리의 여신에게 버림받은 '비운의 감독' 진 모크**
모크의 불운은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필라델피아 감독이었던 모크는 정규시즌 12경기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6.5 게임차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누구도 필라델피아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9월 21일 신시내티에게 홈 스틸로 결승점을 내주며 패한 뒤 9경기에서 모두 고개를 숙였고 결국 세인트루이스의 내셔날리그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팬들과 야구 전문가들은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모크 감독을 맹비난했다. '모크 감독 아니었다면 2위도 힘들었을 것'이란 덕담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여년이 지난 1986년 모크 감독은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와 함께 월드시리즈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1982년 먼저 2승을 거뒀지만 밀워키에게 3패를 당해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던 에인절스와 모크 감독에겐 일생일대의 중요한 승부였다.
당시 언론은 38세의 포수 밥 분, 40세의 지명타자 레지 잭슨, 41세의 선발투수 돈 서튼 등 노장선수들이 포진한 에인절스를 '마지막 현역생활을 하는 선수들의 팀'이란 뜻의 '라스트 허라 갱(Last Hurrah Gang)'이라고 불렀다. 79세의 영화배우 출신 구단주 진 오트리는 선수들에게 넉넉한 연봉을 주며 지원사격을 해줬고 인자한 감독 진 모크도 선수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며 팀을 단합시켰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에인절스는 보스턴에 3승 1패로 앞섰다. 에인절스가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에 진출을 하기까지는 1승만을 남겨 놓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천운은 모크 감독을 외면했다. 8회까지 5대2로 앞섰던 에인절스는 9회초 보스턴의 돈 베일러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모크 감독은 투아웃 상황에서 '믿을맨' 도니 무어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데이브 헨더슨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해 역전패했다. 기세가 꺾인 에인절스는 6,7차전을 내리 보스턴에게 내줬고 팬들의 비난의 화살은 모크 감독과 아웃 카운트 1개를 못잡아 에인절스의 꿈을 산산조각 낸 무어에게 집중됐다. 자신의 애마의 이름을 '챔피언'으로 명명할 정도로 우승에 목말랐던 오트리 구단주의 실망감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모크 감독은 1987년을 끝으로 회한섞인 야구장을 영원히 떠났고 결승홈런의 희생양이 됐던 마무리 투수 무어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1989년 자살했다.
투수들의 워밍업하는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불펜의 위치를 옮기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냈고 지금은 내셔날리그에서 일상화된 더블 스위치(투수 타석에 타자를 기용하는 것)를 절묘하게 구사했던 모크 감독은 통산 1901승(역대 11위)을 기록했지만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사망 직후 모크 감독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봇물을 이뤘지만 '비운의 감독'이란 지긋지긋한 꼬리표를 떼어낼 순 없었다. 승리의 여신에게 버림받은 한 감독의 어두운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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