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의 본프레레 감독과 일본의 지코 감독이 7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한일 축구전쟁에 올인할 태세다.
본프레레 감독은 4일 기자회견에서"월드컵 본선에 대비하려면 11명 선발 출장선수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 해줄 선수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중국, 북한과 무승부를 기록해 아쉽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최선을 다해 뛴 점은 긍정적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결과가 더욱 중요시 될 일본전에서 본프레레호가 또다시 무기력한 경기를 할 경우엔 사령탑 부임 이후 최대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프레레 감독도 "일본전에는 최상의 팀을 구성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문제는 본프레레 감독에겐 효과적으로 실탄을 날라 줄 중원의 지휘자도 마땅치 않지만 그동안 믿어 왔던 스트라이커 이동국의 골 결정력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 3일 연습도중 부상을 당해 북한전에 출전하지 못한 중원의 '꾀돌이' 김두현과 오른쪽 발가락 부상으로 출격을 미뤘던 '축구천재' 박주영에게 팬들의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한국을 잡아야 동아시아대회 꼴찌의 불명예를 벗어날 수 있는 일본의 지코 감독도 한국과의 경기에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하는 입장이다. 일본이 4일 결전지인 대구에 입성해 1시간 동안 선수들이 모두 합쳐 426개의 슛을 쏘는 등 맹훈련을 실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 스포츠지 <산케이스포츠>는 5일 "한국전에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4전 연속 무승기록을 갖게 된다. 이는 지코 감독 부임 후 최악의 성적이다"라며 3일 중국전에 휴식을 취했던 1진 선수들의 분발을 강조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본프레레 감독은 지난 달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게) 일본전은 독일과 네덜란드의 라이벌 경기와 같기 때문에 절대 패배가 용납되지 않는다"며 일본전의 중요성을 드러낸 바 있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축구전쟁'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유럽축구계 최대 라이벌 중 하나.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독일이 네덜란드를 5년간 점령했고 네덜란드인들 상당수가 저항운동에 가담했던 전력 탓인지 두 팀의 축구경기는 항상 얘깃거리를 몰고 다녔다.
대표적 예는 독일(당시 서독)이 네덜란드를 제압했던 1974년 월드컵 결승전. 독일의 대표적 황색신문 <빌트>는 결승전 전날 '크루이프, 샴페인 그리고 나체의 여인들'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여러 명의 네덜란드 선수들이 반나체의 여성들과 호텔 수영장에서 광란의 파티를 벌였다"고 고발했다. 토탈 축구의 첨병 요한 크루이프 등 네덜란드 선수들이 <빌트>의 사실과 다른 악의적 보도에 발끈했고 네덜란드인들은 "독일이 치사한 심리전을 동원했다"고 비난해 양국간 축구전쟁이 촉발됐다.
경기 외적인 부분이 가미된 축구 한일전도 독일-네덜란드 경기 못지 않게 '절대로 패할 수 없다'는 국민정서가 내재해 있다. 벼랑 끝에 몰린 본프레레 감독과 지코 감독 중 과연 누가 한일전을 통해 대반전 국면을 맞을지는 7일 결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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