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적 우세를 살리지 못한 중국전에 이어 12년만의 남북대결에서도 본프레레호가 패배와 같은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은 4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북한과의 경기에서 4명의 공격수를 내세워 총공세를 폈지만 북한의 골문을 열지 못한 채 아쉬운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본프레레호는 전반전엔 이천수를 축으로 한 우측 공격에 철저히 의존했고 후반 들어선 정경호를 앞세운 좌측 공격에만 집중하는 우를 범했다. 한쪽 공격이 '활화산'이면 반대쪽 공격은 '휴화산'이라 시너지 효과를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중원에서의 날카로운 스루패스나 2선에서의 침투 등은 실종됐고 상대수비를 효과적으로 흔드는 데에 꼭 필요한 빠른 타이밍의 방향전환 패스도 나타나지 않았다. 좌우 측면 돌파에 이어지는 크로스만을 기계적으로 반복했을 뿐이다.
전반 25분 중앙 미드필더 김정우가 슛 동작에서 북한 선수와 충돌하는 부상을 입자 본프레레 감독은 4분 뒤 왼쪽 윙포워드 정경호를 투입했다. 미드필더 숫자를 줄이고 공격수를 4명 포진시킨 셈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총공격 전략은 단조로운 공격패턴과 골 결정력 부재 속에서 빛을 잃었다.
"중국과 무승부를 거둔 남측은 오늘 경기에 이겨야 동아시아대회의 우승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우리를 상대로 남측이 총공격을 펼치리라는 생각을 해 대책을 마련했다"는 김명성 감독의 말처럼 북한은 한국의 '총공격' 가능성에 미리 대비했다. 한국과 비겨도 좋다는 생각에 북한은 수비라인을 견고히 운영했고 한국에게 쉽사리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선수들이 고개를 숙인 채 무승부의 아쉬움을 달랬던 것과는 달리 북한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한편 중국전에서 페널티 킥을 실축했던 이동국은 이날 경기에서도 결정적인 기회를 무산시켜 본프레레호의 황태자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후반 21분 정경호의 왼쪽 크로스를 쳐내기 위해 북한 김명길 골키퍼가 골문을 비운 채 나왔다. 이때 이동국이 빈 골문을 향해 회심의 헤딩 슛을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살짝 넘겼다.
7일 일본과의 동아시아대회 마지막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는 한국은 미드필더 김두현, 김정우와 박주영의 부상과 함께 측면 수비수 곽희주가 허벅지 부상으로 4~5일간 경기에 나설 수 없어 비상이 걸린 상태.
본프레레 감독은 "지금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면 그들의 발전을 기대하긴 힘들다. 여러분들이 좀더 지켜보면 대표팀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게 될 것이다"라며 젊은 피들의 다양한 실험을 통한 대표팀 전력강화를 강조했지만 일본전 결과가 신통치 않을 경우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팬들의 비난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한일전을 겨냥해 지난 3일 펼쳐진 중국전 때 대다수 1진 선수들을 쉬게 한 일본 지코 감독과의 승부가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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