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을 수사 중인 검찰이 도청 테이프를 입수해 보도한 이상호 MBC 기자에 대해 소환을 통보한 가운데, 언론·시민단체들이 "홍석현, 이건희 회장에 대한 수사를 미루고 오히려 이상호 기자의 검찰 출두를 요구한 것은 사건 본질에 대한 수사를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사"라며 검찰을 비난하고 나섰다.
전국 226개 언론, 시민, 민중 단체들로 구성된 언론개혁 국민행동은 2일 낮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치-경제-언론-검찰의 유착이 적나라하게 밝혀진 도청 내용과 과거 정권의 안기부를 통한 대규모 불법 도청"이라며 "그러나 검찰은 '테이프 유출 경위'라는 주변적인 문제에만 수사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거 안기부의 불법도청 행위는 물론 이를 근거로 한 언론행위는 사법적 판단에 따라 수사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이 가장 큰 문제라는 국민의 여론을 거스르면서 수사의 초점을 테이프 유출과 보도 경위에 맞추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이들은 이어 "무엇보다 국가의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려 한 '검은 유착'의 실태를 성역없이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및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 김종규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김상훈 MBC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상훈 MBC 노조위원장은 "이상호 기자는 당당하게 검찰의 수사에 임하려 했으나, 이번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검찰의 지금 같은 수사는 제2, 제3의 이상호 기자가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참여정부의 언론탄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고,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도 "이상호 기자를 먼저 수사하려는 것은 추가 테이프 공개나 취재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검찰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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