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과의 두 차례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서 '제3국 무관중 경기'까지 치르며 연패를 당했던 북한이 통쾌한 설욕전을 펼쳤다. 북한은 7월 3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첫 날 경기에서 김영준의 골로 일본을 1대0으로 제압했다.
일본 언론은 15년만에 일본이 북한에게 졌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일본 스포츠지 <산케이스포츠>는 31일 "복수심에 불타는 북한의 역습에 아시아 최강(FIFA랭킹 13위)의 일본이 가라앉았다. 일본의 북한전 패배는 굴욕적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서포터들은 이번에도 이긴다고 믿고 있었고 이기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부터 계속돼 온 납치사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스포츠와 정치는 별도지만 (북한에 이기고자 하는 게) 자연스러운 국민 감정이다"라고 덧붙였다.
8월 1일자 <닛칸스포츠>는 "일본이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북한에게 패했다. 일본은 북한의 기백에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지코 감독은 경기 뒤 "북한 선수들에겐 기백이 있었다. 결국 경기에 임하는 정신력이 두 팀의 큰 차이였다"면서 완패를 인정했다. 일본 수비의 핵 미야모토도 "북한은 일본전에 강한 의욕이 있었다. 일본은 수동적인 플레이를 했다"고 일본의 정신력 부재를 패인으로 꼽았다.
결승골을 작렬한 북한의 김영준은 "일본에 꼭 이기고 싶었다. 월드컵 예선에서 두 번 다 일본에 졌지만 이번엔 선수들의 나이가 젊어 해보겠다는 마음이 강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월 9일 펼쳐진 일본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1대2로 아쉽게 패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후반 14분 남성철의 중거리 슛으로 1대1 동점을 만들었지만 후반 인저리타임에 오구로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줬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앞세워 40년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부풀었던 북한은 일본전에서 패한 뒤 이란, 바레인에게도 연달아 무너졌다.
북한은 FIFA(국제축구연맹)로부터 이란전(3월 30일) 관중난동을 이유로 6월 8일 예정됐던 일본과의 홈경기를 '제3국 무관중 경기'로 치러야 했다. FIFA가 북한에 내린 이례적 중징계 조치에는 일본의 전방위적인 로비가 큰 몫을 했다.
일본은 북한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을 핑계로 FIFA에게 北-日전의 제3국 개최를 요구하는 한편, "지난 1966년 포르투갈과의 월드컵 8강전에서 북한이 패한 이유는 심판판정 때문"이라는 북한 언론의 기사를 거론해 FIFA를 자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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