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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호령하는 '축구상인' 에인트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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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호령하는 '축구상인' 에인트호벤

[프레시안 스포츠]개방적 和리그 제도, 스카우트 혜안 큰 역할

17세기 동양의 후추, 설탕 등을 독점하던 네덜란드 상인들은 동인도 회사를 통해 일본의 아리타(有田) 자기도 수입해 막대한 이득을 남겼다. 네덜란드 상인들의 예상대로 화려한 채색의 일본 자기는 유럽 왕실과 귀족사회에서 대유행 했고 네덜란드 '중계무역'은 제2의 전성시대를 누렸다.

***'축구 중계무역'은 네덜란드 상인다운 틈새시장 전략**

네덜란드 상인들의 모험정신과 절묘한 상술은 오늘날 네덜란드 축구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1960년대 수비 위주의 이탈리아 카테나치오(빗장수비)에 싫증 난 축구팬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했던 네덜란드 아약스의'토털 축구'가 모험정신의 산물이라면 상술의 결정체는 PSV 에인트호벤의'축구 중계무역'이다.

지난 20년간 PSV 에인트호벤이 주도했던 '축구 중계무역'은 값싸고 잠재력 있는 젊은 선수를 데려와 상품성을 높인 뒤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빅 마켓에 비싼 값에 되파는 것이다. 자기 나라는 축구시장이 크지 않아 유럽 빅리그들과의 직접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네덜란드 상인다운 틈새시장 전략을 구축한 셈이다.

***에인트호벤의 브라질 커넥션**

에인트호벤은 라이벌팀 페에노르트로부터 영입한 네덜란드 최고의 스타 '검은 튤립' 루드 훌리트를 87년 당시 세계최고 이적료인 570만 파운드를 받고 이탈리아 AC 밀란에 내줬다. 훌리트를 내준 에인트호벤은 고전이 예상됐지만 바로 그 다음 시즌에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해 유럽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승부사' 히딩크 감독의 지휘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축구가 빛을 발했던 게 우승의 결정적 동인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수완을 발휘했다. 에인트호벤은 훌리트를 AC 밀란에 내주며 얻은 이적료와 챔피언스리그 수익 가운데 일부를 브라질의 신성 호마리우 영입에 투자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 뒤 에인트호벤은 호마리우를 세계적 스타로 만든 뒤 93년 450만 달러의 이적료를 챙기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파는 사업적 수완을 발휘했다.

에인트호벤은 94년 호마리우의 공백을 메꿀 선수로 16세의 축구신동 호나우두를 선택하는 탁월한 스카우트 감각을 또 다시 유감없이 보여줬다. 에인트호벤은 이때 600만 달러를 들여 브라질 크루제이루에서 데려온 호나우두를 3배가 넘는 1920만달러의 이적료를 받고 바르셀로나에 넘겼다.

***에인트호벤 '축구 중계무역'의 최신판 박지성**

에인트호벤이 90년대 초중반 브라질 선수들을 통한 축구 중계무역에 집중했다면 90년대 후반 이후엔 네덜란드 선수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에인트호벤은 98년 '될 성 부른 떡잎' 스트라이커 루드 반 니스텔루이를 영입하고 3년 뒤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19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받고 내줬다. 또한 에인트호벤은 2001년 스피드가 출중한 공격수 아르옌 로벤을 260만 파운드에 영입해 2004년 '부자군단' 첼시에 12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받고 파는, 남는 장사를 했다.

에인트호벤의 특장점인 축구 중계무역의 최신판은 박지성이다. 에인트호벤은 2003년 일본 교토퍼플상가에서 이적료 한푼 지불하지 않고 데려와 2년여 만에 600만유로(74억원)짜리 선수로 키워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넘겼다.

***개방적 네덜란드 리그 규정과 에인트호벤 스카우트 팀의 혜안**

에인트호벤 축구 중계무역의 성공신화에는 외국인선수 보유제한을 두지 않는 네덜란드 리그의 규정과 스카우트 팀의 혜안이 맞물려 있다. 에인트호벤 기술이사로 재직하면서 호나우두, 니스텔루이, 로벤을 영입한 유럽축구 최고의 스카우트 프랑크 아르네센(현 토튼햄 기술이사)은 에인트호벤 축구 중계무역의 일등공신이었다.

아르네센은 "내가 에인트호벤에서 일할 때는 브라질 출신의 호나우두를 데려오는 데 걸림돌이 없었지만 잉글랜드 토튼햄으로 옮긴 뒤엔 비유럽권 선수를 영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숨은 원석을 영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네덜란드 프로축구 제도의 이점을 설명했다.

***에인트호벤의 '홍보대사' 히딩크**

인구 20만명의 소도시 에인트호벤에 위치한 PSV 에인트호벤은 네덜란드의 심장부인 암스테르담, 로테르담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아약스, 페에노르트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지만 80년대부터 축구 마케팅이란 측면에선 시장을 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을 재영입한 에인트호벤은 이미 한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유럽축구 팀 중 하나다. 에인트호벤은 박지성, 이영표를 데려가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이끌었고 피스컵 등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초청료로 부수입까지 챙겼다. 에인트호벤이 유무형의 홍보와 경제효과를 노리고 파트타임을 전제로 한 히딩크의 호주행을 장려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평소 네덜란드 어린아이들에겐 '어느 팀을 응원하냐'는 것보다 '어느 클럽에서 뛰고 있냐'고 질문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실제로 프로 팀 산하의 유소년 클럽에서 땀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인트호벤을 비롯한 네덜란드 프로축구 팀들은 유소년 클럽 활성화의 의미를 단순히 유망주 발굴에 국한시키지 않는다. 유소년 클럽에서 뛰던 아이들은 자연스레 축구 팀의 팬이 될 수 있다는 확신 속에서 유소년 클럽을 운영한다.

축구 '강소국' 네덜란드의 또다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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