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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깨시오 ‘조ㆍ중ㆍ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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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깨시오 ‘조ㆍ중ㆍ동’

유시민의 시사카페 <10>

‘조ㆍ중ㆍ동’의 집중포화를 받고도 살아남을 정치인이 있을까? 없다. 불가능하다. 적어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민주당 경선의 이른바 ‘슈퍼 3연전’은 이를 부정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보수적인 대구ㆍ경북 경선을 앞두고 이인제 후보가 노무현 후보를 상대로 펼친 거친 색깔공세를 그대로 지면에 펼쳐냈다. 이 후보는 15년 전에 한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과 노동조합에서 한 연설, 한총련의 노사모 가입설, 세상 떠난 지 30년이 지난 장인의 좌익활동 경력 등 노 후보를 붉게 채색하는 데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들추어냈고 조선ㆍ동아는 이것을 전혀 여과하지 않은 채 그대로 대문짝만하게 내보냈다.

대구 경선 당일 아침에는 중앙일보까지 가세했다. 이른바 ‘메이저 신문사 국유화 발언’ 파문이다. 조ㆍ중ㆍ동은 이인제 후보의 주장을 그대로 1면 톱 제목으로 뽑았다. 여러 면을 도배한 기사 내용을 보면 이 후보의 일방적인 주장 말고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노 후보 자신이 완강하게 부인했는데도 말이다. 제목에 겹 따옴표를 두른 건 ‘눈감고 아웅’하는 면피용 책략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정치적 가십거리에 불과한 것을 이렇게 뻥튀기한 것은 물론 괘씸죄 때문이다. 노무현씨가 어째서 괘씸죄에 걸려들었는지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노 후보는 ‘슈퍼 3연전’을 3연승으로 통과했다. 아무리 민주당내 경선이라고는 하지만 조ㆍ중ㆍ동의 십자포화를 뚫고 승리의 고지를 점령한 것은 조ㆍ중ㆍ동의 압도적인 여론 장악력을 고려할 때 하나의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적의 비결은 무엇일까? 갖가지 이유를 열거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두 가지다.

첫째는 인터넷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절반인 2천만 명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그중 7백만 명이 초고속통신망에 접속한다. 이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터넷은 정보유통비용을 거의 제로로 만든다.

정치적 견해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온라인 모임을 만드는 데도 금전적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정치인은 이제 종이신문이나 방송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유권자를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노무현이다. 그가 사이버 공간에서 ‘대권’을 잡은 건 이미 오래 된 일이다. 4월 초 현재 하루 평균 8만여 명이 그의 홈페이지 ‘노하우’를 방문해 2백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면서 5천여 개의 글을 남긴다. 전체 홈페이지 인기 순위에서 140등이다. 인터넷 게임으로 유명한 ‘리니지’를 앞지른 경이적인 기록이다. 대한민국의 다른 정치인 개인 홈페이지 방문자 수를 모두 합쳐도 ‘노하우’ 방문자 수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다 하루 페이지뷰가 6백만에 육박한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조ㆍ중ㆍ동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전혀 다른 정치정보를 전달하는 인터넷 매체가 즐비하고, 여러 포털 사이트에 만들어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카페와 동아리에서 네티즌들은 다양한 정치적 견해와 자료, 동영상을 주고받는다. 여기서 얻은 정보와 시각을 가족과 친지 등 오프라인에서도 널리 유포시킨다. 조ㆍ중ㆍ동의 판매부수와 시장점유율은 그대로일지 모르지만, 여론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은 97년 대선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약화되었다.

둘째는 영상매체의 독립이다. 97년 대선 당시만 해도 조선일보나 한국논단 같은 종이매체가 대선후보 사상검증 토론회를 주최했고 방송사는 그걸 생중계했다. 그런 바보짓을 하는 방송사는 이제 없다. 신문사 토론회는 후보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멋대로 편집하고 요약해서 나가는 데다, 꼼꼼히 읽는 독자도 많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후보와 유권자는 모두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있고 그대로 볼 수 있는 텔레비전 토론을 원한다. 게다가 ‘메이저 신문사 국유화 발언’ 파문에서 보듯 요즘 방송은 신문의 논조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는 신문을 비판하기도 한다.

조ㆍ중ㆍ동에 바란다. 자만심과 과시욕을 버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 대통령이 되는 데 조ㆍ중ㆍ동의 낙점이 필요한 시대는 끝났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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