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고뇌에 찬 제안…야당도 수용해야"

당 일각 "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정체성 차이 커"

노무현 대통령의 28일 연정 제안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우리당의 창당 정신과 부합하는 제안으로 환영한다"고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 개혁성향의 의원들은 '정권교체', '권력이양' 등 청와대의 파격적 언사에 난처해하는 기색도 엿보였다.

***우리당 공식적으로는 "고뇌어린 제안, 내각 총사퇴도 고려"**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신 접수 후 곧바로 상임중앙위원, 당직자 연석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회의 후 전병헌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만든 당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제안은 우리당의 창당정신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이고 치명적인 병폐인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대통령의 고뇌어린 제안으로 환영하고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도 대통령의 제안을 정략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대통령의 진정성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국정운영의 절반의 책임이 있는 야당으로서 보다 진지한 성찰과 고민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해줄 것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우리당과 문희상 의장은 신임지도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합의하여 만든다면 총리직 지명권과 내각제 수준의 권력이양을 건의한 바 있다"며 "우리당은 역사와 국민 앞에 무한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대통령의 제안에 동감한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우리 사회의 치명적인 병폐인 지역구도를 깨트리고 대결과 분열의 정치에서 대화와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기 위한 정치권의 대결단을 촉구한다"면서 "대연정 구성을 통한 지역주의 구도 혁파를 위해 대통령과 우리당은 여당의 권력을 내놓고 한나라당은 지역주의 기득권 포기하자는 제안"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정치개혁 추진 기획단을 조만간 소집해 야당과의 협상창구로 가동하기로 하고 다음주부터 추진단 소속 의원들의 야당 방문과 야당 주요 간부들과의 협의를 시도해나가기로 했다.

전 대변인은 '내각 총사퇴까지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이미 내각제 수준의 총리지명권과 내각제 수준의 권력 이양을 건의한 바 있고 건의하겠다고 했다"며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를 합의 하에 만들면 그런 기득권을 포기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은 "노 대통령의 최초 연정 제안과 문희상 의장의 총리지명권 이양 발언에 이어 한나라당 주도의 연정 제안이라는 3단계 스텝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 의원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해 남아 있는 것은 지역구도 문제인데, 4.15 총선 후부터 노 대통령은 이 문제를 계속 이야기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비상한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역구도 해소라는 최종 목표로 가기 위해서는 대연정이 효율적"이라며 "야당도 이런 비상한 방식으로 제기된 문제에 대해선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 일각 "우리당과 한나라당 정체성 차이 너무 크다"**

그러나 당의 공식 반응과는 달리 당 내부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청와대의 파격적인 연정 제안에 마뜩치 않아하는 기류도 엿보였다.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은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정상적인 정치구도로 가보자는 비상하고 고뇌에 찬 제안으로 일단 이해하겠다"며 "대통령의 생각이나 야당의 반응은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개인적 견해를 밝히기를 꺼렸다. 그는 다만 "지역구도로 인해 생긴 각종 폐해에 대통령이 절망을 느낀 것 같다"면서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체성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도 "지역구도를 타파하자는 대통령의 진정성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연정을 한다면 지역 연정보다는 개혁 연정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차이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의 정체성의 차이는 훨씬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구상이 발표됐는지 몰랐고 내용도 아직 살펴보지 못해 이야기하기 어렵다"면서도 "'정권을 내놓는다', '한나라당과의 정체성 차이는 크지 않다'는 등의 표현은 좀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