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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냐 검찰이냐' 줄다리기…정치권 '2중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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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냐 검찰이냐' 줄다리기…정치권 '2중 셈법'

우리-한나라 '이전투구', 민노 '꽃놀이패', 민주 'DJ를 어쩌리'

안기부 'X파일'의 진상규명 방식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에는 각 당의 정치적 속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열린우리당이나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야당의 입장이 다르고 야3당 사이에서도 특검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각각인 것은 이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왜 검찰 수사를 고집하나**

열린우리당은 현재까지 알려진 안기부 'X파일' 이상의 추가 내용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지금까지 녹취록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 대부분은 우리당보다는 한나라당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는 고발 내용에 기초하게 된다. 참여연대가 녹취록에 기초해 특정범죄가중처벌상 뇌물수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대상은 한나라당측의 이회창 전 신한국당 대표와 이회성씨, 서상목 전의원, 고흥길 의원, 성명불상의 전·현직 검사 및 법무부 간부 10여명, 성명불상 전·현직 여야 국회의원 및 정치인, 전 경제부총리 1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 등이다.

한나라당(97년 당시 신한국당)과 삼성-중앙일보 간의 '검은돈' 커넥션이 요체이고, 전현직 검사들의 '떡값' 의혹,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야당 정치인 등이 그 다음 비중이다.

하기에 검찰 주도하에 X파일 진상규명 작업이 진행된다면 우리당은 한나라당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의 빌미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계획에 기초해 벌써부터 열린우리당은 진상조사의 초점으로 "전 안기부 시절 전방위적인 불법감청의 지휘체계"에 맞춰 김영삼 정부 시절의 '도덕성'을 난타하고, 한나라당을 '추악한 보수세력의 후신'으로 연결시킬 태세다.

민병두 의원이 이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한국당-재벌-보수언론의 '부패 트라이앵글'과 도청을 주도한 안기부-권력실세(김현철)-이를 방조한 김영삼 전대통령의 '빅브라더 트라이앵글'의 범죄"로 규정하고 "한나라당이 미림 사건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 땅의 보수세력의 도덕적 추락이 끝이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밝힌 대목은 이같은 수순을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민 의원은 특히 "박근혜 대표는 박정희 시대 '부패 트라이앵글' 속에서 정치를 배웠기 때문에 한계를 가질 수 있다. 김무성 총장이나 강재섭 원내대표는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 시절의 중심 인물이었기 때문에 과거의 유제에 대한 청산에 소극적일 수 있다. 정형근의원은 김영삼정부가 들어서자 안기부 기획판단국장으로 일하면서 미림팀의 재건과 활동을 지휘했기 때문에 한 발 빠져 있을 수 있다"고 '의도'를 보다 분명히했다.

그러나 수사주체가 특검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검 구성과 수사 범위 등을 놓고 야당과의 협상을 거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불법도청 여부,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제공 건, 다른 도청 테이프에 대한 조사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검 수사에서 만에 하나 우리당이 민주당과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김대중 정부나 현 정부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우리당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다.

이날 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 지원과 관련해 "당 정책위에서 검토시키겠다"는 발언의 당사자가 이회창 후보가 아닌 김대중 후보였다는 보도가 나오고,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김대중 후보의 뇌물 수수혐의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새롭게 부각된 이슈에 대해 우리당이 이렇다 할 언급을 꺼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은 왜 특검을 요구하나**

한나라당의 '특검 도입' 주장의 속내는 열린우리당의 계산을 뒤집으면 쉽게 설명된다. 요컨대 YS정부 시절 불법 도청, 이회창-삼성 커넥션에 맞춰진 검찰 수사는 당의 '부패한 보수' 이미지만 재생산 할 뿐 수세에 몰린 국면 전환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특검을 통한 '사태의 확전'이 절실한 이유다.

한나라당은 이날 불법 도청 녹취록 누락과 관련해 "그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포함된 공작"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특히 공세의 포커스를 김대중 전대통령, 박지원 전 비서실장, 천용택 전 국정원장 등에 맞추고 "현 정권과 전신 정권의 관여의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최고-중진연석회의 후 이정현 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X파일 관련 '4대 의혹'을 공격적으로 제기했다.

첫째,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아와 관련해 삼성이 기아를 인수토록 당시 국민회의 정책위에 검토토록 지시하겠다는 내용과 그 경위가 특검을 통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천용택 전 국정원장이 도청테이프를 회수한 후 국정원장으로서 취했던 조치와 당시 정권과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배경과 경위, 그리고 진상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특검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박지원 당시 문광부장관을 포함한 현 정권의 전신 정권에서 이루어진 테이프 내용의 고의 은폐의혹에 대해서도 그 진실들이 특검을 통해 전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째, "불법도청 테이프의 처리와 존재가 불분명 한만큼 특히 이 부분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며 "국정원은 회수한 테이프를 소각시켰다고 했지만 이 점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하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고 존재할지 모르는 다른 불법 도청 테이프에 대한 특검 차원의 규명을 촉구했다.

이와함께 한나라당은 "현 정부하에서의 불법 도청 행위는 없는지에 대한 의혹도 분명하게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우리는 이미 다칠 만큼 다쳤다"는 '배째라' 식의 논리와 "이는 어차피 김영삼 전대통령과 이회창 전총재 진영의 문제이고 'YS계'와 '창(昌)계'는 당에 거의 남아 있지도 않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이 나오더라도) 과거사람 탓으로 돌리면 된다"는 '면피'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민노당, X파일 특검 '꽃놀이패'**

이번 국면에서 민주노동당은 '꽃놀이패'를 쥔 셈이다. 민노당은 "검찰 자체가 수사 대상이기 때문에 특검을 통한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특검과 국정조사 병행을 주장했다. 지금까지 제기된 어떤 의혹에서도 자유롭다는 게 민노당이 강도 높게 특검을 요구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노회찬 의원이 이날 설명한 X파일 관련 특검법안에는 참여연대의 고발 내용과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제기하고 있는 대부분의 의혹이 망라됐다.

민노당의 특검법안에 따르면 수사대상은 ▲김영삼 정부 당시 안기부의 '미림팀' 등 각종 도감청 조직의 불법 도감청 실체 ▲김대중 정부 당시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 실태 ▲97년 대선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의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을 통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제공 사건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에 참여한 이인제, 이수성, 이홍구 후보 등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제공사건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제공사건 ▲삼성의 기아차 인수를 위한 이회창-김대중 후보 진영에 대한 로비 시도 사건 ▲삼성과 중앙일보의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김대중 후보 진영에 대한 선거 지원 및 개입 사건 ▲삼성의 97년 불법 정치자금 조성 및 검찰 내 주요 인사에 대한 관리와 뇌물 제공 사건 등이다.

노 의원은 "특검을 통해 불법 도감청 실태와 불법 정치자금 등과 관련한 권력-언론-기업의 추악한 유착 관계를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특검을 통해 '기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언론 및 사법권력의 커넥션'이라는 '부패 사슬구조'가 드러나면 기존 정치세력과 민노당의 차별성이 적극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민주, 특검은 찬성하나 DJ가 걸림돌**

민주당은 "파일 진상 규명과 관련해 검찰과 국정원은 진상규명 주체로서의 자격에 큰 하자가 있다"고 특검 도입에 찬성하면서도 난처한 구석이 생겼다. 97년 삼성의 기아차 인수 지원 검토 발언의 당사자가 당시 김대중 후보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와 관련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당시 홍석현 사장과 김대중 전 총재 간에 그런 대화가 있었는지 알 수 없고 믿을 수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당시 국민회의가 기아자동차를 삼성 그룹에 유리한 방향으로 처리하기 위한 어떠한 정책도 검토한 바도 없고 그런 생각을 가진 적도 손톱 만큼도 없다"며 "이학수 실장과 홍 사장 간에 어떤 대화가 있었을 지라도 국민회의나 DJ는 이에 대한 어떠한 생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특검 대상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며 "협의해야 할 문제"라는 미적지근한 선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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