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이른바 '안기부 X파일' 관련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빈 검찰총장 "사건 처리 방향 신중히 검토"**
김종빈 검찰총장은 25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불법적으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토대로 수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국민적 관심사이므로 검찰도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사건 처리 방향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취임 이후 "처벌이 어렵더라도 국민적 의혹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진상규명 차원에서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대검찰청에서도 시민단체의 고발을 대비해 언론의 보도 내용을 분석하는 등 수사 착수 여부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져 조만간 수사 착수 및 사건 배당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안기부 X파일'에 담긴 불법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를 촉구하며 25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정식 고발할 예정이다.
참여연대는 "테이프에 언급된 내용은 모두 명백히 대가성이 있거나 적어도 포괄적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제공되었다는 단서들"이라며 "검사를 비롯하여 정관계 인사들에게 제공된 돈의 액수 또한 상당한 규모여서 공소시효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 만큼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기아차 인수로비의 '대가성' 여부가 수사착수 관건 될 듯**
특히 97년 당시 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 로비'에 대한 의혹이 수사 착수 여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우선 '불법 도청'의 경우 범죄 혐의 시점을 기준으로 개정되기 전 '통신비밀보호법'을 적용하면 공소시효가 7년으로 공소시효가 완료돼 수사 착수가 사실상 힘들다.
따라서 당시 정관계에 전해진 자금의 '성격'이 수사 착수 여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 정치자금'으로 정의될 경우, 당시 정치자금법에 의해 공소시효가 3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가성' 의심이 있을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는 금액이 5000만 원 이상일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수사착수가 가능하다.
문제의 '안기부 X파일'에는 97년 9월 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에 대해, "삼성이 갖고 있는 복안을 당당하게 밝혀 공론화하면 당내 정책위에 검토시켜 도와주겠다"는 이회창 후보의 말이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불법 도청일 경우에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을 뿐이지, 수사 착수를 위한 인지(認知) 대상이 된다고 봐야 하고,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안에 대해 고소.고발이 있을 경우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형사소송법 제195조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테이프의 작성 불법 여부를 떠나, 테이프에 담긴 육성이 본인의 것이고 조작 혐의가 없다면 수사 개시의 단서로 충분하다"며 "다만 테이프를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사 개시의 단서로 쓸 수 있지만, 그 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힘들어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삼성이 검찰에 지속적으로 '떡값' 등의 명목으로 로비를 시도했던 정황이 있으므로, 특검을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안기부 X파일'을 둘러싼 수사 여부 논쟁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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