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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보고서 YS에게 직보…DJ 때는 휴대폰 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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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보고서 YS에게 직보…DJ 때는 휴대폰 도청"

'미림'팀 최초 발설자 "'X파일' 내용 사실 같다"

소위 '이상호 X파일'의 실체가 담긴 도청 테이프를 둘러싼 갖은 추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안기부의 비밀 도청조직인 '미림'팀의 존재를 처음 언론에 공개한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는 2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등과의 인터뷰에서 도청 테이프와 관련해 '폭발력' 있는 발언을 해 주목된다.

***"DJ정부 때 휴대전화 도청은 상식"**

김씨의 각종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국정원이 휴대전화를 도청했다고 밝힌 대목이 가장 관심을 끈다.

그는 "DJ 정부 들어서 미림에 해체된 것은 이미 휴대전화를 도청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라며 "그 때는 굳이 탁자 밑에 도청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졌다. 휴대전화 도청은 상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근무하던 1994~95년도에는 휴대전화가 보편화 된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주로 유선전화만 도청을 했는데, 그 이후 98~99년 께 휴대전화 도청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였다는 얘기를 국정원 기조실 친구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며 "그때 우리끼리 '직원들 봉급이나 올려주지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휴대전화 도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혀 온 당국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사생활 침해' 등 또 다른 논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국정원의 불법 도청이 자행된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제2, 제3의 파문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림 보고서는 김영삼, 김현철 등 극소수에게만 보고"**

김씨는 미림팀의 구성과 도청 활동, 보고체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정관계를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도청 작업이 이뤄졌으며, 도청 내용은 안기부장을 거치지 않고 김영삼 전대통령에게 직보됐다고 주장했다.

미림팀의 구성과 관련, 김씨는 "인천지부장이던 오정소 실장이 94년 초 대공정책실장으로 부임해 오면서 문민정부 출범 이후 1년 간 활동이 없던 미림을 재조직 했다"며 "팀장을 새로 임명한 건 아니고 공모씨라는 기존의 팀장이 그대로 있으면서 팀원을 2~3년 꾸렸다"고 말했다.

또한 미림팀의 구체적인 도청 활동과 관련해선 "협조자(망원)들이 요정이나 한정식집에 쫙 깔렸기 때문에 중요한 인물이 예약하면 보고가 들어왔다"며 "그러면 미림팀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곳 한 군데를 찍어서 나갔다. (식당의) 협조자가 미리 탁자 밑에 도청기를 설치하면, 모임이 끝난 30분 뒤쯤 미림 팀이 들어가 이걸 수거하는 식이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도청 내용의 보고 체계와 관련해 "도청내용은 대공정책실장에게 보고했고 때때로 안기부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청와대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미림의 보고서는 당시 안기부장도 몰랐을 정도로 청와대와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 등 극소수에게만 보고됐다"고 밝혔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갑자기 터진 굵직굵직한 사건의 대부분은 미림의 보고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장학로 사건 때도, 박관용 비서실장을 자를 때도 미림 보고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한다"며 "박상범 경호실장이 '김현철이 너무 설친다'고 말했다가 잘린 것도 마찬가지"라고 증언했다. 그는 "정권 핵심부에서 누가 충성하는지, 안 하는지 더 열심히 도청했고 야당은 주로 전화로 도청한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거듭 "당시에는 김덕 안기부장에게는 보고하지 않고, 오정소 대공정책실장에게만 보고했다"며 "미림 자료는 워낙 민감하고 폭발력이 있는 자료라서 오 실장이 직접 관리했다. 오 실장이 녹취 자료 중 별 내용이 아닌 것은 직접 파쇄기에 집어넣고 알려야 될 내용은 직접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 무렵 안기부 1차장을 지낸) 황창평씨와 정형근씨에게는 가끔 자료가 갔던 것으로 안다. (1996년 12월 안기부 1차장에 임명된 경찰 출신인) 박일룡씨는 보고를 못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거론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전날 "미림팀을 들어보긴 했지만 실체는 확인할 수 없다"고 부인했었다.

김씨의 증언이 사실일 경우 정관계-여야를 막론한 미림의 도청 내용은 김영삼 전대통령과 현철씨에게 보고됐으며, YS 집권 당시 일어난 각종 사건의 배경에 안기부의 '도청 자료'가 활용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한 이번 'X파일' 내용도 김 전대통령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상호 'X파일' 내용 사실인 것 같다"**

김씨는 또 문제가 된 이번 'X파일' 테이프의 유출 경위와 관련해선 "당시 팀원들은 아직도 현직에 있지만 팀장은 98년 정권교체 뒤 퇴사했다"며 "이때 도청된 테이프의 일부를 갖고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X파일'에 담긴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도 "거의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수많은 도청 테이프 중 이번 테이프만 유출된 것에 대해선 "대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었겠지"라고만 말했다.

김기삼씨는 최근 언론에 미림팀의 존재를 폭로한 당사자로 1993년부터 2000년까지 안기부와 국정원에서 근무했고 2003년 3월부터 미국 펜실베니아 해리스버그에 거주하며 망명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미국 망명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선 "김대중 정권의 비리를 폭로해 신변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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