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여성의 종중원(宗中員)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의 판례를 깼다. 지금까지 법원은 20세 이상의 성인 남성에게만 종중원 자격을 인정하고, 미성년자와 여성을 배제해 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용인 이씨 사맹공파의 기혼 여성 5명이 종친회를 상대로 낸 종회회원 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1999년 용인 이씨 사맹공파 종중은 종중 소유 임야 3만여 평을 건설업체에 350억 원에 팔았다. 종중은 이 돈을 성인 남자들에게 1억5000만 원씩 나눠줬다. 그러나 미성년자와 결혼해 출가한 여성에게는 종중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채, 증여 형태로 1인당 1650만 원에서 5500만 원씩만 차등지급했다.
이에 용인 이씨 기혼 여성들이 지난 2000년 법원에 "여성의 종중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 2심은 기존의 관습과 기존의 판례를 이유로 이들 여성들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종중원 자격을 성인남자로 제한하는 종래 관습은 197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환경과 국민의식의 변화로 법적 확신이 상당히 약화됐다"며 "개인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종중의 본질은 공동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 친목 도모 등"이라며 "성과 본이 같으면 성별과 무관하게 종중원이 되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는 지난 3월 호주제 폐지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양성 평등 이념을 실현한 진일보한 판결로 해석된다.
한편 이번 판결로 이와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청송 심씨 혜령공파 여성 2명이 종중 회원임을 확인해 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1, 2심에서 패소했고, 경주 김씨 문간공파 여성들도 지난 2001년 같은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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