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1승을 거두는 일은 쉽지 않다. 자신도 잘해야 하지만 팀 타선도 이에 걸맞는 활약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투수를 평가하는 지표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에 3자책점 이내 호투)가 부각된 것도 같은 이유다.
20일 뉴욕 양키스전에 선발등판한 박찬호도 그랬다. 박찬호는 7과 3분의 1이닝 동안 6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시즌 9승은 챙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타격 급상승세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선두에 올라선 양키스 타선을 맞아 퀄리티 스타트를 하며 팀이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더욱이 박찬호는 이날 시즌 최다 이닝 투구로 '불펜에 부담을 주는 투수'라는 텍사스 지역언론의 비판도 불식시켰고 투구수도 109개로 경제적 투구를 해 1승 이상의 값진 소득을 얻었다.
1회 공격적으로 나선 양키스 타선을 삼자범퇴로 가볍게 처리한 박찬호는 2회 첫 위기를 맞았다. 박찬호는 1사 1루에서 '천적' 제이슨 지암비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지만 '느림보' 지암비가 2루까지 가다 아웃되는 행운을 맛봤다. 한숨을 돌린 박찬호는 후속타자 호르헤 포사다를 투심 패스트볼로 삼진 처리했다.
박찬호는 4회에도 2사후 몸 맞는 볼과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지만 제이슨 지암비를 몸쪽 투심 패스트볼로 돌려세웠다. 6회 1사 1,3루 위기때 박찬호는 최근 10경기에서 6홈런, 10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던 메이저리그 최고연봉 선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유격수 병살타로 잡아냈다.
그동안 날카로움을 잃었던 박찬호의 주무기 투심 패스트볼이 낮게 제구돼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투심 패스트볼의 위력은 박찬호가 이날 플라이아웃 4개에 비해 땅볼아웃을 12개 잡아낸 점만 봐도 증명된다.
7회 위기도 버니 윌리암스를 삼진으로 잡아내 벗어난 박찬호는 8회 첫 실점을 했다. 양키스의 조 토레 감독은 선두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하자 데릭 지터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지터가 슬럼프이기도 했지만 흔히 숫자 0과 거위 알의 모습이 비슷해서 붙여진 0대0의 '구스 에그(Goose Egg)' 상황에서 1점을 얻는 게 시급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1사 2루에서 로빈슨 카노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1실점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8회말 텍사스는 행크 블레이락의 극적인 투런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어 양키스의 4연승을 저지했다. 뉴욕 타임스는 20일 "이날 패배로 양키스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가 1일천하로 끝났다"고 아쉬워했다. 양키스는 이날 승리를 거둔 보스턴과 지구 선두자리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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