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공세적으로 이슈 선점을 시도하고 있다. 문희상 의장은 20일 "주택은 물론 토지 문제에 있어서도 '부동산 불패 신화'를 추방할 확고한 의지가 있다"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여·야·정 부동산 정책협의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후분양제 실시', '공공부문 분양원가 공개' 등을 골자로 하는 한나라당의 부동산 대책 발표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어 보인다.
***문희상 "부동산 불패 신화 추방"**
문 의장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여야정이 함께하는 부동산 정책협의회를 빠른 시일 내에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부동산 문제는 여야의 입장을 떠나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할 주요 사안이고 국민들도 큰 틀로 논의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정부여당의 대안이 나오면 여야정 대책회의를 할 수 있다는 박 대표의 발언에 주목한다"며 "마침 오늘 한나라당이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다는데,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실용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위헌 판결을 받은 토지공개념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의 헌재 판결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가세했다. 그는 "주택가격은 토지와 직접 관계가 있어 효과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토지공개념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고 민주당과 한나라당 일부에서도 긍정적인 입장이 나온 듯하다"고 분위기 조성에 진력했다.
당 지도부가 연일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 관련한 당정협의는 주택 문제가 주로 얘기됐지만 토지 문제도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면 정부와 협의를 거치는 등 관심을 갖겠다"고 밝혀 이날 총리 공관에서 열릴 예정인 당정청 고위급 회의에선 토지 문제도 의제에 오를 것임을 시사했다.
토지 문제에 대한 우리당의 관심은 2012년 행정도시와 혁신도시, 기업도시 개발이 마무리되면 토지보상비로 50조원이 풀리게 돼 이 돈이 집과 땅에 재투자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조세' 위주 정책에 비판론 대두**
그러나 당 지도부의 '결의'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 당장 정부측은 토지공개념 부활에 내심 부담스런 눈치이고 당내에서도 토지공개념의 '부작용'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추상적 언급 외에 구체적 대책에서는 언급을 삼가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와 관련 정장선 제4정조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토지공개념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과거 위헌 논란이 있었던 것을 다시 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곤혹감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가 토지공개념을 하겠다고 한 적은 별로 없고, '공공적 기능 강화'라면 조세을 주요수단으로 바라보면서 그 외의 다른 대안들도 강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당이 주택 및 토지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주요 방안으로 검토 중인 개발이익 환수제나 부동산 보유세의 강화 수위는 시민단체 등의 기대치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조세제도와 관련해 "선진국들의 종부세율 평균이 1%이고 우리나라가 0.15%인데, 정부가 추진하는 '2017년 실효세율 1% 달성' 목표는 원안대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민단체들이 "2017년에 1%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현 정부 임기 만료 시한인 2007년까지 1%를 달성하라고 촉구해 온 데 대한 답변이다.
조세제도 위주의 정책 자체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노태우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한 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슬로건에 불과한 것으로 결국 세제 강화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그걸 갖고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어렵다"고 정면 비판했다.
'소유제한'까지 포함해 토지공개념 도입에 적극적인 민주노동당도 "세금 강화는 장기적으로 집값에 반영돼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조세제도는 보조적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우리당 지도부가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부동산 이슈 선점 전략의 성공 여부는 8월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가 일차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의 요구와 크게 동떨어질 경우 지난해 분양원가 공개 후퇴 논란 때처럼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