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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공천제-유급제, '개혁'인가 '개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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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방의원 공천제-유급제, '개혁'인가 '개악'인가

<기고>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그룹'으로 전락할 것"

지난달 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주도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공직선거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선거구제 도입과 함께 정당공천제가 그 중 가장 민감한 대목이다.

법 개정을 담당한 국회의원들은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을 넓히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한다. 반면 내년 지방선거에 적용될 '게임의 룰'을 받아든 지방의원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정도로 격하게 반대한다. 그러면서도 대다수 지방의원들은 또 다른 논란 사항인 지방자치법 개정안 중 지방의원 유급화에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혁'과 '개악'이라는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전북대 법대 김승환 교수는 <프레시안>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와 유급화 모두 나름의 긍정적인 기능에도 불구하고 '지방정치의 중앙정치에 대한 예속화'라는 간과할 수 없는 함정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지방의원 공천제와 유급제를 통해 지방의원이 되고자 하는 자들, 이미 지방의원으로 활동하는 자들을 자신의 충성그룹으로 묶어 두는 확실한 수단을 확보하게 됐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의 요지다. 다음은 김 교수의 글 전문이다.<편집자>

***정치개혁인가, 정치개악인가?**

지난 6월30일 국회 본회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공직선거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률 개정작업의 슬로건은 물론 정치개혁이었다. 이번 법률개정 작업의 근간이 되는 내용은 기초의원 중선거구제, 기초의원 비례대표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이상 공직선거법 개정), 그리고 지방의원 유급제(지방자치법 개정) 등이었다. 하나하나가 우리의 지방정치의 현실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서 그렇게 단순한 것들이 아니다.

***"정당공천제, 지방정치인의 가신그룹화 수단"**

개정 공직선거법은 자치구ㆍ시ㆍ군의원 선거에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 자치구ㆍ시ㆍ군의원 정수는 자치구ㆍ시ㆍ군의원 정수의 100분의 10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법 제23조 제3항).

비례대표제는 유권자의 의사가 선거결과에 가능한 한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한다는 제도적 의의를 갖고 있다. 또한 비례대표제는 전국적 인물 또는 광역 인물을 확실하게 당선시키는 제도로도 활용된다. 단, 비례대표제는 후보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전제로 한다. 그래야 선거에서 각 정당이 얻은 표를 기준으로 의석을 분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갖는 장점이 있다. 그것은 인간이 갈수록 개체화ㆍ원자화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 정당공천을 통해 유권자는 후보자를 변별하는 중요한 기준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이 낸 후보자인 경우 일단 신뢰하는 것이 오늘날 유권자들의 투표심리다. 물론 여기에는 정당이 자신의 이념에 맞는 유능한 후보자를 찾아내기 위해 그 절차를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그러한 전제가 성립되지 못하고, 오로지 정략적으로 후보자를 내는 경우에는 정당추천제는 도리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는 장치로 둔갑하게 된다. 정당추천제의 올바른 정착에는 정치인과 유권자의 높은 정치적 교양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선거에서, 특히 기초의원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필요한지는 또 다른 검토가 필요하다. 정당공천제가 지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지방의원선거에는 정당공천제가 초래할 병폐가 분명히 있다. 그것은 정당공천제가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고, 지방정치인을 지역구 국회의원의 가신그룹으로 전락시킨다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장에서는 정당공천제야말로 지방정치인을 자신의 사당(私黨)그룹으로 편입시키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우리의 지방자치의 현실에서 지방정치인들은 대부분 정당공천제를 반대하고, 반대로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이를 찬성하는 이유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렇게 볼 때 기초의원 선거에 정당공천제를 도입한 국회의원들의 의도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에 대한 변별력을 높여 준다는 선의(善意)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아성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겠다는 악의(惡意)에 있었다고 보아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이 금지되었던 시절에도 소위 '내천(內薦)'이라는 이름으로 은밀하게 소속당원(더 정확하게는 자신의 정치적 추종자)을 기초의원 선거에 내보냈고, 그들을 당선시키기 위한 불법선거운동을 해 왔다. 이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가신 그룹의 확장에 얼마나 강한 집념을 가지고 있었던가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한 정치적 야욕을, 그들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통해 달성하게 된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정치적 야욕에는 여당과 야당, 보수성향 국회의원과 진보성향 국회의원 사이에 차이가 있을 리 없다. 그들은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정치적 실리를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정치적 야욕은 우습게도 국회 홈페이지, 개정 「국회 통과 새 법률」 코너에 띄워 놓은 개정 공직선거법 주요내용에서도 드러난다. 거기에는 개정 공직선거법의 주요내용 34가지가 열거돼 있는데, 정작 지방정치인과 지방유권자들의 정치적 이익에 매우 중요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빠져 있다.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실수라고 보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 중요하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명무실한 여성후보 할당제**

국회의원들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의 구실을 비례대표제로 둘러댈 수도 있다. 비례대표제를 하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제를 할 수밖에 없다고. 그들에게는 다시 기초의원 비례대표제의 명분이 필요했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그럴싸하게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은 여성후보자 할당제였다. 그래서 그들은 공직선거법 제47조에서 비례대표 자치구․시․군의원선거에서 100분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되, 후보자명부의 순위에 따라 홀수 순위마다 여성 1인이 포함되도록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자신들의 숨은 정치적 의도를 법률조항으로 미화시켜 놓은 것이다. 그들의 그러한 의도가 얼마나 치졸한 것인지는 "위반시 등록무효 사유로는 보지 아니 한다"는 문구에서 읽을 수 있다.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정당 또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여성후보자를 낼 수도 있고 내지 않을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의 임의조항대로 기초의원 비례대표에 여성후보자를 내는 정당 또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여성 우호적인 정치세력인 것처럼 선전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개혁 성향의 국회의원들이 지방정치인들에게는 생사여탈권을 가진 절대군주로 군림하는 지방정치의 현실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지방의원 유급제는 당위, 그러나…"**

개정 지방자치법에 따라 도입되는 지방의원 유급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보자. 그들은 지방의원들에게까지 월급을 줘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자신들이 볼 때 정말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지방의원이랍시고 활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지방의원들이 지역의정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자치단체장에 대한 견제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어떤 이익을 얻고 있으며 또 얻을 수 있는지 굳이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국회의원들이 국정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사적ㆍ계급적ㆍ집단적ㆍ지역적 이익을 따내기 위해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지방의원 유급제는 유능한 전문가들을 지역의정에 끌어들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도 지방의원들은 각종 수당 명목으로 어느 정도의 금전적 급여를 받고 있지만, 그것이 월급이라는 명목으로 정액화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지방의원 유급제를 통해 유능한 지역일꾼들을 지역의정에 끌어들이는 것과 함께, 지방의원은 정치인으로서의 권위를 갖추게 된다. 자치단체장을 포함해 집행부의 대다수 공무원들이 지방의원들을 우습게 여기는 이유 중의 하나가 지방의원들은 정액의 월급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건전할 발전을 가로막는, 이러한 비뚤어진 의식이 지방의원 월급제를 통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방의원 유급제 실시는 당위의 문제다.

그러나 여기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험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지방의원 공천제와 유급제를 통해 지방의원이 되고자 하는 자들, 이미 지방의원으로 활동하는 자들을 자신의 충성그룹으로 묶어 두는 확실한 수단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방의원 유급제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야심을 채워 주는 훌륭한 장치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의원 유급제와 기초의원(이 경우에는 광역의원도 마찬가지) 정당공천제는 결코 양립해서는 안 되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국회의원들은 공직선거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정치개혁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개정된 내용들을 각각 고립적으로 본다면 그들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그들은 한 마디로 '대 국민 사기극'을 펼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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