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기사회생했다.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백17차 IOC 총회에서 야구, 소프트볼이 올림픽 퇴출종목이 된 반면 당초 위기론이 제기됐던 태권도는 올림픽 종목에 잔류하게 됐다.
***태권도의 폭넓은 저변과 개혁작업, IOC 위원들에게 좋은 평가**
이번 올림픽 종목 퇴출 찬반투표에서 태권도는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어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IOC 프로그램위원회는 지난 달 태권도가 TV 중계권료도 전혀 없고 경기 흥미가 떨어지는 한편 심판 판정도 공정치 못하다는 점을 지적해 태권도의 퇴출 가능성이 가시화됐다.
하지만 WTF(세계태권도연맹)은 전자 호구를 도입해 심판 판정 문제를 일소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 경기 시간과 경기장 크기를 줄여 다양한 공격 동작들이 나오게 하는 청사진을 제시해 IOC 위원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방식 개혁과 함께 규모면에선 1백79개 회원국에 전세계 6천만명의 인구를 확보해 전체 올림픽 종목중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태권도의 저변도 올림픽 종목에 남을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였다는 게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자체평가다.
***야구-소프트볼 사실상 영구퇴출**
태권도와 달리 야구와 소프트볼은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됐다. 지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던 야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최고스타들이 올림픽에 참여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올림픽 야구경기 흥행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40명의 IOC 위원을 확보하고 있는 유럽이 미국이 주도하는 야구에 관심이 없다는 점도 야구가 퇴출된 결정적 이유다. 여기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중심이 돼 내년 3월 개최 예정인 야구월드컵(월드베이스볼클래식, WBC)도 이번 투표의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참가한 소프트볼은 아직 세계적인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IOC 위원들이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와 소프트볼은 2012년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되지만 2016년 올림픽에서는 투표를 통해 정식종목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종목 자체의 혁신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영구퇴출’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새 올림픽 종목으론 흥행성 갖춘 럭비-골프 유리**
야구와 소프트볼이 퇴출됨에 따라 IOC는 오후 집행위원회를 통해 올림픽 후보종목인 럭비, 골프, 가라테, 스쿼시, 롤러스포츠 중 2개 종목을 선정해 9일 열리는 총회에 상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IOC 내부에서는 이른바 ‘장사가 되는’ 스포츠로 평가받고 있는 럭비와 골프가 가장 유력한 종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2년 올림픽이 런던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럭비와 골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럭비와 골프는 모두 영국이 종주국이기 때문이다.
IOC는 럭비 월드컵이 올림픽, 축구 월드컵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스포츠 이벤트여서 올림픽 스폰서십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타이거 우즈, 아니카 소렌스탐 등 굵직한 스타들이 즐비한 골프도 흥행의 측면에서 올림픽의 새로운 효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태권도계, '재미있는 경기'위해 더 노력해야**
이미 지난 2002년 멕시코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야구, 소프트볼, 근대5종을 탈락시키고 럭비, 골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하자고 제안했던 로게 IOC 위원장은 당시 반대세력들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3년만에 자신의 의사를 관철할 호기를 맞은 셈이다.
로게 IOC 위원장은 “올림픽이 최고의 종목으로 짜여질 수 있도록 항상 문을 열어 놓고 기다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나 흥행적 요소가 떨어지는 종목에 대해선 언제나 올림픽 종목 탈락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뜻이다.
태권도의 경우도 마찬가지. 비록 이번 총회에서 탈락 위기를 무사히 넘겼지만 2016년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선 4년 뒤 다시 IOC 위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할 입장이다. ‘재미있는 경기’ 태권도를 위해 태권도계의 노력이 더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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