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노동부 공무원 공군자씨가 '해고'된 사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노동부 공무원 공군자씨가 '해고'된 사연

정치활동 해고 1호, "고위직 공무원은 죄다 '정치활동' 하면서…"

노동부 산하 은평 고용안정센터에 근무하던 평범한 7급 공무원 공군자씨(36세.여)는 지난 4월7일 11년동안 일해왔던 노동부로부터 느닷없는 해임통보를 받았다. 민주노동당 '당우(黨友)'로 가입, 현행 공무원법에 규정된 정치활동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게 해고 사유였다.

***"노동부 '강경조치', 본보기용"?**

공씨가 민주노동당 당우로 가입한 것은 지난 2001년 말. 가입 당시 공씨는 현행법이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지도 몰랐고, 당원이 아닌 '당우'로 가입하는 정도까지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2002년 대선 때도, 2004년 총선 때도 자신의 '당우'활동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의 '당우'는 교사나 공무원 등 당원가입이 금지된 이들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창당때부터 만들어진 '준회원' 내지는 '후원회' 개념의 제도로 현재 5천여명이 '당우'로 가입해있다. 민주노동당측은 "당우 제도를 만들때부터 위법이 아니라는 법적인 자문을 구했으며, 선관위로부터도 별다른 문제제기를 받지 않은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노동부의 자체 감사 과정에서 뒤늦게 '문제의 소지'를 인지한 공씨는 지난해 12월 민주노동당을 탈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공씨가 노동부에 해명한 제반의 사정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공씨는 '정치활동'을 한 이유로 해고된 첫번째 공무원이 됐다.

공씨는 이 과정에서 노동부가 모종의 '외압'에 의해 이례적으로 강경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는 "노동부 내에서 내가 당우 활동을 한다는 것을 알만한 정보가 없었고, 노동부 감사 과정에서 '외부에서 자료가 넘어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외압'의 주체가 어디인지는 공씨도 모른다. 그러나 공씨는 자신에 대한 노동부의 강경조치는 "노동부 내의 공무원 노동자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위한 본보기용"이라는 의구심을 아직도 감추지 않고있다. 그는 "2003년 말부터 노동부내에 직장협의회가 만들어졌고 내가 해고된 시점을 전후해 공무원노조준비위가 발족하려던 단계였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공씨가 노동부 공무원노조준비위 발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같지도 않다. 그는 "초창기 모임에 한두번 나가기는 했지만 그 후 임신과 출산 과정이 있어서 함께 할 여건이 안됐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측도 "공씨는 조합원이 아니었다"고 확인한 뒤, "오히려 개별적으로 민주노동당에 참여한 게 노동부로서는 문제삼기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인사위원회도 노동부 원처분 합당 인정**

공씨는 이처럼 납득할 수 없는 중징계 조치에 중앙인사위원회에 소청(재심)을 제기했다. 위원회는 행정기관 소속 국가 공무원들의 억울한 징계처분이나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 또는 부작위 행위에 대한 소청을 심사하는 기구다.

그러나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회도 지난 23일 공씨의 소청심사청구에 대한 '기각'을 짤막하게 '유선통보'했다.

공씨의 소청을 담당한 위원회 관계자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이 명백하다"고 노동부 손을 들어줬다. 관계자는 "공씨가 매달 당비를 납부했고 대의원선거에 입후보하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최소한의 양심적 실천이 해고사유냐'**

하소연할 곳 없이 없어진 공씨는 27일 국회 기자실까지 찾았다. "떨리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서게됐다"고 말문을 열었지만 관심을 가진 언론은 별로 없었다.

그가 읽어내린 '호소문'에는 이런 대목이 있었다.

"얼마전까지 수많은 공무원들이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위해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아왔습니다. 그 이전에는 아예 정부 자체가 나서서 여당을 밀어주고 부정선거까지 서슴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이기에 저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당우로 가입해 월 1만원 정도 후원하는 일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최소한의 소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최소한의 국민적 권리, 최소한의 양심을 실천했다는 이유로 11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 온 노동부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 저는 이 세상이 정의가 있는 세상인지, 인권이 있는 세상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무원 정치활동 금지 논란 가열**

공씨의 사연이 아니더라도 공무원들의 정치활동 허용 문제는 민감한 논란거리다. 당장 지자체장, 혹은 장관자리를 꿰차고 있는 여야 '실세'들은 선출직-임명직 공무원인 이유로 정치활동에 대한 법적 제약이 없지만 일반공무원들은 일체의 정치활동이 금지돼있다.

또한 "5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들은 정책이나 정치적 결정과정에서 집권당과 조율을 하는 등 사실상 정치활동을 하고 있어 실제로는 하위직 공무원만 정치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게 공무원노조측의 항변이다.

공무원노조측은 또 현행 국가공무원법이 '모든 국민은 누구든지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는다'고 규정된 헌법 11조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외국의 사례에 비춰봐도 우리의 하위직 공무원들에 대한 정치활동 규제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공무원은 공개적 후보지지 의사표시, 정치자금 기부행위, 특정정당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이 가능하고, 영국도 하위직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완전히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정당 가입의 자유는 물론 공직을 사퇴하지 않고도 출마가 가능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마지막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이 됐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교사와 공무원노동자들의 참정권을 제한한 법규는 박정희 유신 시대의 산물"이라고 개정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앞서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정치개혁협의회가 "농수축협과 건강보험공단 직원 정도는 선거운동과 출마를 허용하라"고 권고한 최소한의 조치도 거부됐다.

현재로선 법개정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가운데, 공씨는 곧 자신의 '부당해고'에 대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다. 그는 "공무원 정치활동 금지 조항의 폐지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지만 큰 기대는 안하는 눈치다. 설득력 없는 법조항 탓에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해고자' 낙인을 안고 살아가야 할 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