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말해서 위원회는 나라의 희망이다. 거기에 소위 '아마추어'가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희망을 준다. 학자의 이론과 관료의 경험이 지금처럼 시너지 효과를 낸 적이 일찍이 없었다."
최근 행담도 개발 사업에 동북아시대위원회가 부적절하게 개입한 일을 계기로 야당과 언론에서 대통령 자문위원회(이하 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위원회를 총괄하고 있는 정책기획위원회 이정우 위원장이 1일 "만만하게 위원회인지 지금 위원회는 동네북"이라며 강력 반박에 나섰다.
***"지금 강풍은 광풍에 가까워 국민에게 유해"**
이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브리핑>에 '위원회가 희망이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참여정부가 과거 정부와 큰 차이 중의 하나는 위원회가 정책결정에 적극 참여한다는 점"이라며 "이것은 과거에 볼 수 없던 현상이라 위원회를 둘러싸고 첫해부터 온갖 말이 무성하더니 시도 때도 없이 위원회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 최근 행담도 사건을 발단으로 그 비난은 절정에 이른 느낌을 준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옛말에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더니 지금 위원회는 강풍에 시달리고 있다"며 "물론 위원회가 한 일 중에는 일부 비판받을 일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의 강풍은 상궤를 벗어난 광풍에 가까워 국민에게 유해한 점조차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년 반 동안의 위원회 경험을 돌이켜 보건대 위원회는 그 효능이 비용을 압도하는 조직"이라며 "위원회가 추진하는 1백대 국정과제는 나라의 기틀을 바로 세우는 주춧돌을 놓는 일에 비유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위원회, 회의비, 밥값도 모자라"**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위원회에 대한 다섯 가지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위원회가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에 대해 이 위원장은 "참여정부 이후 새로 생긴 대통령 자문위원회는 10개, 없어진 위원회가 5개니 실제로 늘어난 것은 5개뿐"이라며 "위원회가 막대한 국고를 축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12개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평균 예산은 20억원으로서 이는 위원회의 인원이나 하는 일의 잠재적 효과를 생각하면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그 많은 전문가와 공무원이 머리를 맞대고 국가 장래를 놓고 불철주야 토론을 벌이는데, 막상 예산이 넉넉치 못해 회의비, 밥값조차 모자라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데도 일부 야당은 위원회의 약소한 예산을 파헤치고 삭감하는 데 유별난 노력을 쏟고 있으니 충정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건 아니냐"고 반문했다.
***"참여정부는 매트릭스 정부. 월권이 아니라 소통"**
두번째, 위원회의 '월권 시비'에 대해 이 위원장은 "참여정부는 25개 부처와 12개 위원회가 종횡으로 얽힌 매트릭스 정부"라며 "이것은 관료들의 실무적, 경험적 지식과 학자들의 이론적, 선험적 지식이 결합된 새로운 방식의 국정운영으로서 장점이 대단히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월권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자면 소통"이라며 "위원회의 학자들과 부처의 관료들이 토론하고 협력하는 게 참여형, 개방형 정부의 모습으로서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위원회가 부처에 시어머니 노릇 한다는 것도 옳지 않다"며 "위원회는 정책의 토론, 입안에 주력할 뿐 그 집행은 어디까지나 부처의 몫이고 양자 사이의 역할분담은 애당초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아마추어일수록 구태에 덜 물들어"**
세번째, 이 위원장은 "일부에서는 참여정부에서 일하는 사람 중 학자 출신이 많다는 것을 비아냥거리며 '아마추어' 운운하는데, 이는 번지수가 틀린 비판"이라며 "아마추어일수록 구태와 시류에 덜 물들었으니 태도가 공평무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게다가 위원회 학자들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니 오히려 아마추어가 희망"이라고 주장했다.
네번째, '위원회가 권한은 많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이 위원장은 "위원회에 대한 견제 및 검증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과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위원회 상호 간, 그리고 부처와의 끊임없는 대화, 토론을 통해 정책 수립과정에서 검증을 거칠 뿐 아니라 감사원의 사무 및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 집행을 맡지 않는 조직에 대해 이 이상 어떤 견제와 검증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독재 향수 남아 '정책혼선' 딱지 붙이는게 우리 지성.언론 현주소"**
마지막으로 '정책 혼선'에 대한 비판에 대해 그는 "대개의 경우 과장이거나 평지풍파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사실 '정책 혼선'이란 말이 우리나라처럼 남용되는 나라가 또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며 "물론 정책은 한 번 확정되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생명이지만 정책 형성과정에서는 얼마든지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고, 백가쟁명의 토론은 유익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조차도 참지 못하고, 혼선이란 딱지를 예사로 붙이는 게 우리 지성계, 언론계의 현주소"라며 "우리 머리 속에 독재 시대의 일사불란했던 정책 추진에 대한 향수가 뿌리 깊이 남아 있는 게 아닌지 반성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위원회 부처이기주의 극복하는 수단"**
이 위원장은 이어 위원회의 장점에 대해 세가지를 지적했다.
우선 "장관은 짧은 임기 중에 무언가 실적을 올려야 하고,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기 쉬워 자연히 부처 정책이 발등의 불끄기에 바쁘게 되고, 먼 훗날 효과가 나타날 정책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위원회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정운여을 가능케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 "한국은 세계적으로 드문 행정고시라는 채용 제도를 갖고 있어서 공무원들이 자칫 하면 강력한 동류의식과 엘리트주의로 무장된 배타적 집단이 될 위험이 있으므로 외부와의 소통은 아주 중요하다"며 "위원회는 토론정부의 핵심이며, 매 단계마다 부처와 의견조율을 거치니 정책수립 과정은 철저히 토론 위주다. 과거처럼 실세가 전횡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위원회는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좋은 수단"이라며 "부처 사이의 이견으로 국책사업 추진이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위원회가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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