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 인사수석이 본연의 업무를 벗어나 김재복 행담도 개발(주) 사장을 직접 만나는 등 서남해안 개발 사업에 개입하게 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정 전수석이 그것을 지시로 받아들였다면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다"고 시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노대통령이 업무 영역을 무시하고 일을 추진, 혼란을 야기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대통령, 정 인사수석에 호남 민심 전달 등 요구"**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중앙일보>에 보도된 대통령 발언 하나하나가 맞는지 여부는 확인 어렵고 전체 취지는 정 전 수석으로부터 몇 차례 보고 받고 논의한 바는 사실"이라며 "정 전수석이 지시로 받아들였다면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다"며 '노 대통령 직접 지시설'을 인정했다.
김 대변인은 "서남해안 개발사업이 낙후된 호남지역을 발전시키는 대단히 큰 사업으로 그 추진을 어느 한 주체로 맡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만 정 전수석이 호남출신으로 호남 인사들과 자주 접촉하고 만나는 위치에 있으니 그런 차원에서 여론 수렴과 좋은 구상이 있으면 아이디어도 가다듬어 보라는 차원의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그러나 이를 개발사업을 지시했다고 보기엔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며 "구상을 해보라는 것을 지시로 받아들이는 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 전수석으로부터 서남해안 개발사업에 대해 보고를 몇 차례 받은 것으로 안다"며 "서남해안 개발사업은 큰 구상에서 낙후되고 소외된 호남지역을 개발할 비전을 만들기 위한 구상이다. 행담도 개발 사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 메시지, 대변인 통해 정 전수석에게 전달"**
그는 또 지난 25일 가진 정 전수석이 해명 기자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노 대통령으로부터 메모를 전달받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그 당시 전달된 메모의 내용은 '무리한 부분이 있다면 유감 내지는 사과의 뜻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며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이정호 동북아위원회 비서관이 작성해서 대변인을 통해 발언 중인 정 전수석에게 전달된 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보도된 내용은 정 전수석이 혼동한 것 같다"며 "메모 전달은 대통령이 지시한 게 아니고 대통령의 뜻과 취지를 윤태영 부속실장이 이해한 바를 민정수석실에 전달했고, 그 내용을 민정수석실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이정호 비서관에게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청와대의 <중앙일보> 보도 시인은 아무리 취임직후 노대통령이 '낙후된 호남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고는 하나, 인사수석인 정찬용 전 수석이 단지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50조원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S프로젝트 등 초거대 서남해안 국토개발 사업을 맡도록 했다는 점에서 대통령 스스로가 업무영역을 무력화시킨 게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어 앞으로 커다란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앙일보>, "정찬용 한차례 거부했다가 수용"**
앞서 <중앙일보>는 31일 "노 대통령이 2003년 중반 인사 관련 보고를 하러 온 정 전수석에게 '국토균형발전의 요체는 낙후된 호남의 발전인 만큼 인사수석이 할 일은 아니지만 호남 출신인 정 수석이 이 일을 맡아 달라'고 말했다"며 "정 전수석은 일단 거절했으나 며칠 뒤에 노 대통령이 아침을 '함께 하자'며 불러 1백여분간 서남해안 개발사업의 중요성을 설명했고, 이에 정 전수석이 사업을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노 대통령이 또 지난 25일 정 전수석이 해명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서남해안 개발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라▶행담도 개발사업은 서남해안 개발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S프로젝트는 서남해안 개발을 위해 도움이 되는 사업인 만큼 어쨌든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하는 게 어떻겠느냐 등 내용이 적힌 메모를 청와대 관계자들을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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