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종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라틴출신 감독의 시대가 도래했다. ‘부자구단’ 첼시에 부임한 첫해 팀을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끈 포르투갈 출신의 명장 조제 무리뉴에 이어 지난 25일(현지시간)에는 스페인 출신의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리버풀을 21년만에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 놓았다.
***영국-스페인 언론, 리버풀 챔피언스리그 우승 집중보도**
영국, 스페인 등 유럽언론은 전반전 0대3으로 AC 밀란에 뒤지다 후반에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고 끝내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전통의 명가’ 리버풀과 베니테스 감독을 높게 평가했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는 26일 “리버풀의 우승에는 스페인 선수와 감독의 역할이 컸다”며 베니테스 감독과 사비 알론조 등에게 초점을 맞췄다. 스페인의 스포츠지 <엘문도 데포르티보>는 “비틀즈가 이 경기를 봤다면 (자신들의 노래 제목과 같은) ‘정말 힘들었던 하룻밤이었다(It’s been a hard day’s night)’는 말을 했을 것”이라며 리버풀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흥미롭게 보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7일 “베니테스 감독은 우승컵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인 진화를 모색했던 1960~70년대 리버풀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며 스페인 출신 감독이 리버풀 황금기를 재연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리버풀 베니테스 감독,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따내겠다”**
베니테스 감독은 “처음 리버풀에 왔을 때 팀은 내가 원하는 수준의 60%정도였고 지금은 70%선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타이틀을 따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베니테스 감독은 이어 “이적하는 선수들은 리버풀이 새롭게 변모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난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고 싶다. 잉글랜드 축구시장은 매우 비싸지만 우리는 원하는 선수를 찾아낼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미드필더 하만, 체코 출신 스트라이커 밀란 바로시 등이 이적할 가능성이 큰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벌어들인 수입 등 2천5백만파운드를 선수영입에 쓸 것으로 알려졌다.
리버풀은 그러나 엄청난 이적료를 내야 하는 대형스타 대신 팀에 꼭 필요한 숨어있는 진주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리버풀은 스페인 비야레알의 골키퍼 호세 레이나와 레알 사라고사의 가브리엘 밀리토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골잡이 디르크 쿠이트도 영입할 계획이다. 축구전문가들은 리버풀의 향후 성적은 팀의 주장인 제라드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버풀에 부는 스페인 돌풍**
리버풀의 야전 사령관인 사비 알론조, 루이스 가르시아, 안토니오 누녜스와 함께 스페인 돌풍을 몰고 온 베니테스 감독의 성공신화 이면에는 스페인 코치들의 역할도 컸다. 2003~2004 시즌 발렌시아가 UEFA 컵 우승할 때도 베니테스 감독을 보좌했던 아예스터란과 파코 에레라 코치는 전술 운영, 체력 훈련 뿐만 아니라 경기를 보는 지혜를 베니테스 감독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골키퍼들의 훈련을 책임지는 호세 오초토레나 골키퍼 코치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해냈다. 베니테스 감독도 “난 사실 단장으로 자리를 옮겨도 될 상황이다. 코치진들이 내게 모든 정보를 주고 나와 8년간 함께 일하고 있는 아예스터란 코치는 이를 종합하는 역할을 한다”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FC 포르투에서 UEFA 컵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례로 따낸 무리뉴 첼시 감독과 마찬가지로 베니테스 감독은 발렌시아, 리버풀에서 각각 UEFA 컵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연속으로 이뤄냈다.
***60~70년대 리버풀 전성기 부활 조짐**
리버풀은 “삶과 죽음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축구다”라는 말을 남긴 전설적인 감독 빌 솅클리와 후임자인 밥 페이즐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1960~70년대 잉글랜드 뿐만 아니라 유럽을 호령하는 명문클럽이었지만 최근엔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다.
세계적 팝 그룹 비틀즈를 배출한 항구도시 리버풀에는 1980년대 이후 스페인 등 유럽대륙과의 선박을 통한 교역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번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즈음해 몇몇 영국언론은 “스페인 선수들과 감독이 뛰는 리버풀에서 영국과 스페인간의 교류가 부활됐다”는 표현을 썼다.
‘당신은 결코 혼자 걷지 않을 것이다(You will never walk alone)’라는 리버풀의 응원가처럼 전문적 능력을 갖춘 스페인 코치들과 힘을 합쳐 팀을 변혁시킨 베니테스 감독에게 유럽축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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