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비틀즈 주도로 미국 팝 시장을 강타한 '영국의 침공(British Invasion)'이 40여년이 지난 상황에서 영국 프로축구계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영국 축구의 자존심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2일(현지시간) 미국출신의 말콤 글레이저에게 사실상 매각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美 부호에 사실상 매각**
로이터 통신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 부호 말콤 글레이저가 마침내 세계 최고 부자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식의 70%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글레이저가 운영하는 레드 풋볼사(社)는 맨체스터 주식의 28.7%를 보유했던 아일랜드 경마 부호인 존 마그니에와 J.P 맥마너스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구단의 경영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드 반 니스텔루이와 웨인 루니 등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영은 말콤 글레이저의 아들인 조엘 글레이저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글레이저의 한 측근은 "맨체스터 팬들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글레이저는 약 2억6천7백만파운드(한화 약 4천9백80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자금을 투자할 것이며 맨체스터 구단을 역동적으로 변모시킬 것이다"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가디언>, 맨체스터 팬들의 반발 경고**
하지만 19세기 산업혁명의 주역인 철도노동자들에 의해 창설됐고 수많은 영국 축구스타들의 보고였던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미국인에게 인수된 것에 대한 구단 서포터들과 영국 언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축구에 큰 관심이 없는 글레이저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는 철저하게 '돈'과 연관돼 있다는 비판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러시아 석유재벌 아브라모비치가 2003년 첼시를 인수한 뒤 유명스타 영입에만 2억5천만파운드(한화 약 4천6백70억원)를 퍼부은 것과 비교될 만한 일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일어날 것이다"라며 외국인들의 잉글랜드 축구단 인수를 경계했다.
신문은 또 "경쟁이 치열한 미국 스포츠 시장에서 잔 뼈가 굵은 글레이저는 스폰서 계약을 통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익을 최대한 짜낼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그러나 "글레이저 부자가 구단 인수로 돈을 얼마나 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맨체스터의 서포터들이 글레이저 부자의 구단 인수에 반기를 든다면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는 크리스마스에도 빈 자리가 나타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성난 맨체스터 팬들, "글레이저 죽어라"**
실제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서포터들은 12일 미국 출신의 새 구단주 말콤 글레이저의 인형을 태우고 "글레이저 죽어라"는 구호를 외치며 데모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3~2004 시즌 동안 1억7천만파운드(한화 약 3천1백70억원)가 넘는 돈을 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라스베가스 샌즈사(社)와 손을 잡고 최근 올드 트래퍼드 경기장 부근에 '수퍼 카지노'를 세운 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수퍼 카지노 건립계획은 이재에 밝은 맨체스터 구단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평가와 함께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공격적 투자로 50년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한 첼시와의 치열한 경쟁을 의식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 헬스클럽 등을 포함하는 맨체스터 구단의 수퍼 카지노가 건립될 경우 2천개 정도의 새 일자리를 비롯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축구의 '축'자도 모르는 미국인에게 영국의 자존심을 뺏겼다는 박탈감에 사로잡혀 있는 맨체스터 팬들의 반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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