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타자들의 컨디션에 따라 널뛰듯 하는 타격과 달리 수비에는 슬럼프가 없어야 한다는 야구계의 잠언이 있다. 수비수들의 실책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실수 하나가 전체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3일 잠실과 마산구장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LG와 롯데가 모두 수비 때문에 라이벌팀 두산과 천적 삼성에게 고배를 마셨다.
LG는 선발투수 장문석이 두산에게 2이닝 동안 5점을 내줘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4회 1점을 뽑고 5회엔 이종열이 두산의 거물급 신인투수 김명제에게 3점 홈런을 얻어내는 등 타선의 집중력으로 5대5 동점을 만들었다.
두산은 7회말 LG 좌익수 정의윤의 실책에 편승해 무사 주자 2루의 기회를 잡았다. 임재철의 희생번트로 1사 주자 3루를 만든 두산은 후속타자 최경환의 타구가 안타로 연결돼 결승점을 얻었고 이재우, 정재훈의 깔끔한 마무리로 6대5의 짜릿한 승리를 기록했다. LG 유격수 한규식과 좌익수 정의윤의 콜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잡을 수 있는 타구가 두산의 결승점으로 바뀐 셈이다.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도 수비력에서 승부가 갈렸다. 롯데는 2대3으로 뒤지던 5회초 1사 1,3루때 심정수의 타구를 1루수 라이온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1점을 헌납했다. 라이온은 1루선상으로 굴러 오는 공을 맨손으로 잡아 타자주자를 태그하려고 했지만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반면 삼성은 3루수 박석민의 두 차례에 걸친 호수비와 함께 6회엔 중견수 박한이가 자신의 키를 넘길 듯한 이원석의 안타성 타구를 건져내며 롯데의 추격전에 찬 물을 끼얹었다. 롯데는 이날 경기에서 삼성에 5대8로 패해 삼성전 12연패를 기록했다.
10번이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던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우익수 알 캘린(1980년 명예의전당 헌액선수)은 "타자들은 때때로 슬럼프에 빠지고 스스로 이를 극복해야만 한다. 하지만 수비력이 슬럼프에 빠져서는 절대 안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와 덕아웃을 지키고 있는 프로야구 감독들은 야수들이 실책을 범 할 때마다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상대방에게 맞은 홈런이나 득점타 이상으로 때론 실책 1개의 위력이 크기 때문이다.
팀당 1백경기 가량을 남겨 놓고 있는 2005 프로야구에서도 실책은 팀 성적을 가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어느 팀이 좋은 성적의 밑거름이 되는 수비력을 선 보일지 지켜보는 것도 프로야구 팬들에겐 또 하나의 흥미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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