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16강전에서 안정환의 결승 헤딩골이 터져 붉은 악마와 온 국민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때 이탈리아 '빗장수비의 핵' 파올로 말디니는 얼굴을 찡그리며 패배의 아픔을 곱씹었다.
당시 한국팀 감독 히딩크와 박지성, 이영표가 이끄는 PSV 에인트호벤과 AC 밀란의 정신적 지주 말디니가 26일(현지시간) AC 밀란의 홈구장에서 펼쳐지는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재격돌한다.
***말디니-가투조의 복수전?**
현재 AC 밀란에서 뛰는 말디니와 가투조는 당시 한국전에 활약했던 선수라 이번 에인트호벤과의 경기가 복수전이 될 전망이다. 말디니는 2002년 월드컵이 이탈리아 대표선수로서 마지막 월드컵이라 한국전의 패배가 더욱 쓰라렸다.
한국과의 월드컵 16강전에서 후반 16분 델 피에로 대신 교체 투입된 가투조도 결정적 골 기회를 날렸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지키는 축구'를 하기 위해 몸싸움에 능한 가투조를 투입한 트라파토니 감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유럽정상에 6번이나 올랐던 AC 밀란은 객관적 전력상 PSV 에인트호벤을 압도한다. 유럽최우수 선수 셰브첸코, 브라질의 샛별 카카, 아르헨티나의 골게터 크레스포, 네덜란드 출신의 세도르프 등이 포진한 AC 밀란에 비해 에인트호벤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선 밀리지만 조직력으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 1> 말디니
***히딩크, "이태리 선수들이 분노에 가득 차 있을 때 오히려 기뻤다"**
히딩크 감독은 25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에인트호벤에는 많은 국적의 선수들이 뛰고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와의 월드컵 16강전과는)다르다. 하지만 선수연봉 등을 감안하면 비교가 가능하다. AC 밀란은 선수들에게 에인트호벤의 10~20배에 해당되는 많은 돈을 쓴다. 그렇지만 때로는 작은 팀이 큰 클럽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히딩크 감독은 "나는 (월드컵 16강전이 펼쳐진) 대전에서의 기억을 여전히 갖고 있다. 라커룸에 있던 이탈리아 선수들이 분노에 차 있을 때 나는 오히려 기뻤다"고 밝혔다.
히딩크는 "모레노 주심의 실수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그날 경기는 진행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탈리아는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을 보유했고 마땅히 한국을 물리쳤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사진 2> 박지성
***"박지성은 부지런한 플레이로 팀 조직력 끌어올린다"**
AP통신은 "히딩크는 2002년 한국팀에서 뛰었던 두 명의 선수를 에인트호벤에서도 데리고 있다. 미드필더 박지성은 한국과 에인트호벤 성공신화의 상징적 선수다. 박지성은 최상급의 선수는 아니지만 부지런한 플레이를 통해 팀 조직력을 끌어올린다"고 평가했다.
AC 밀란의 문제점은 핵심선수들의 공백이다. 중원에서 정교한 패스와 킥을 해주는 안드레아 피를로는 무릎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대체선수로는 암브로시니 또는 후이 코스타가 유력하다. 또한 수비수 네스타도 경고누적으로 에인트호벤과의 홈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1996~98년까지 에인트호벤의 유니폼을 입었던 야프 스탐이나 39세의 노장 코스타쿠르타가 대역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에인트호벤은 스트라이커 헤셀링크가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했지만 이번 경기엔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3일 네덜란드 자국리그 경기에서 주전선수들을 출장시키지 않고 체력을 아낀 에인트호벤에 비해 AC 밀란은 치열한 리그 선두경쟁을 하느라 여유가 없었다는 게 문제점이다. 한국과 이탈리아간 월드컵 16강전의 재대결 성격을 띤 에인트호벤과 AC 밀란의 경기를 지켜보는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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