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고졸투수로 프로야구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염종석과 정민철이 올 시즌 나란히 힘차게 부활투를 뿌리고 있다.
***염종석-정민철 각각 방어율과 다승 선두행진**
1992년 17승 9패, 방어율 2.33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염종석은 김응용 당시 해태감독으로부터 선동열에 버금가는 최고의 슬라이더를 구사한다는 평가까지 들으며 화려한 프로데뷔를 했고 일약 롯데 마운드 황태자로 떠올랐다.
염종석은 하지만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1993년 10승을 달성한 뒤 단 한번도 '10승의 벽'을 넘지 못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전성기 때보다 팔의 각도가 현저히 떨어져 고전하던 염종석은 올 시즌 초반 3위를 달리며 선전하고 있는 롯데 돌풍의 중심에 서 있다. 염종석은 4경기에 출장해 방어율 1.57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오랜만에 싱싱한 투구를 선보이고 있는 염종석은 손민한(방어율 5위), 이용훈(방어율 4위)과 함께 롯데 '짠물야구'를 주도하고 있다.
정민철은 1992년 프로데뷔부터 1999년까지 9년간 연속 10승이상의 성적을 올린 프로야구무대의 대표적 고졸투수다. 1999년 한화의 첫 우승을 이끈 에이스 정민철은 2000년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고 국내로 U턴했다. 국내에서 예전의 구위를 찾지 못해 고전하던 정민철은 올 시즌 3승을 거두며 '믿음의 야구'의 원조격인 김인식 감독을 흡족케 하고 있다.
***조성민 해설위원, "고교 동기 염종석, 정민철 잘 해줬으면"**
1991년은 한국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고교 유망투수들이 한꺼번에 대학과 프로무대로 쏟아져 나온 해다. 박찬호, 임선동, 조성민, 염종석, 정민철, 손경수, 차명주 등이 주인공이다.
올 시즌 부활의 희망을 던지고 있는 염종석, 정민철의 동기인 조성민 MBCESPN 해설위원은 25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요미우리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던 민철이에겐 "왜 일본에서 배운 체인지업, 슬로 커브 등 타자의 타이밍을 투구를 하지 않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조성민 위원은 "내 동기들의 경우 어차피 시속 1백50Km대의 빠른 볼을 뿌리기 힘들 나이다. 선동이도 부진하고 이젠 동기들을 프로야구 마운드에서 찾기 힘든 만큼 염종석, 정민철 투수가 올 시즌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수들은 진화가 필요하다. 타고난 어깨를 물려받은 극소수 투수들을 제외하곤 나이가 들면서 빠른 볼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보충할 만한 변화구를 익히는 한편 타자를 상대할 때 투구패턴을 젊었을 때와 바꿔야 하는 이유다.
염종석, 정민철 투수도 올 시즌 볼 빠르기 보다는 변화구의 제구력과 경험으로 타자들과 좋은 승부를 펼치고 있다. 비록 태평양 건너에 있지만 시즌 2승째를 기록한 동기생 박찬호도 투심 패스트볼의 절묘한 제구로 부진의 늪에서 서서히 빠져 나오고 있다. 겁없이 뿌리던 빠른 볼의 위력은 줄었지만 대신 경험이라는 힘이 붙은 이들 동기생들의 부활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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