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병역비리로 불펜의 핵인 구자운, 이재영을 모두 잃은 두산은 올 시즌 마무리로 낙점한 신인 서동환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여 2군으로 내려가 뒷문 단속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두산은 20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삼성과의 경기에서 4대3의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삼성 선동열 감독이 표방하는 ‘지키는 야구’의 시범을 두산이 보여준 셈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방어율 0.72를 기록한 에이스 배영수를 투입해 자신만만해 있던 삼성은 오히려 2회말 3점을 내줬다. 2회말 김동주의 좌전안타로 포문을 연 두산은 1사후 안경현이 좌전안타를 쳐내며 좋은 기회를 맞았다. 후속타자 문희성이 배영수의 시속 1백29km짜리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김창희 좌전적시타와 손시헌의 우중간을 꿰뚫는 3루타로 기선을 제압했다.
삼성은 4회 강동우의 희생플라이와 5회 양준혁의 우전 2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5회말 다시 1점을 내줘 3대4로 뒤졌다.
7회 선발 스미스를 내리고 잠수함투수 김성배를 마운드에 올린 두산은 삼성타선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1점차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두산은 삼성 중심타선과 맞닥뜨려야 하는 8회초가 최대고비였다.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좌완투수 이혜천이 박종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양준혁에게 초구 볼을 던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곧바로 이재우로 내세우는 발빠른 투수교체를 했다. 좌타자에겐 좌완투수가 강하다는 야구계 정설보다 도망가지 않고 자신감있게 공을 뿌리는 투수를 내겠다는 김경문 감독의 의지표명이었다.
이재우는 양준혁을 병살타로 처리하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이재우가 거포 심정수를 볼넷으로 내보내자 마무리 투수 정재훈을 기용했다. 정재훈은 진갑용을 2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해 8회를 마감했고 9회엔 삼진 2개를 솎아내며 시즌 3세이브째를 기록했다. 두산이 치열한 선두다툼을 하고 있는 삼성에게 2연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후 “삼성에게 2연승을 한 것보다 1점차의 승부를 투수들이 안정된 투구로 지켜줘 기쁘다. 상대가 배영수였지만 적극적인 타격을 해준 타자들도 좋았다”고 밝혔다.
2회 2타점 3루타를 쳐낸 손시헌은 “지난 주말 롯데와의 3연전에서 안타를 치지 못해 수비까지 잘 안됐다. 하지만 타격코치로부터 방망이에 부담갖지 말고 수비에 충실하라는 말을 들었고 가볍게 밀어친다는 기분으로 경기에 임한 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8개구단 중 최고인 팀 타율 3할5리로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두산은 10승 4패로 2위 삼성에 1경기차로 앞서 있는 상태다. 두산은 21일 6억짜리 ‘황금팔’ 김명제가 삼성 바르가스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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