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못봤다", "잘 모르겠다", "보고 받지 못했다", "판단하기 힘들다"…
13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자로 나선 추병직 건교부장관은 러시아 유전사업 의혹과 관련한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의 질문에 총 26번 '모르쇠'를 연발해 빈축을 샀다.
***공개된 자료도, 기록에 남은 자료도 "못봤다"**
추 장관의 이날 태도는 아예 답변을 회피키로 작심한듯 보였다. "오일게이트를 보고받았느냐"는 첫 질문부터 추 장관은 "상세하게 보고받지 못했다. 업무 때문에 바빠서 자료를 못봤다"고 답했다.
추 장관은 이어 "이광재 의원이 사업을 제안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신문에서 봤고, 그 이후 회의록에 대해 들었다"고 애써 거리를 뒀다.
철도청이 문서로 보관하고 있는 회의록은 물론,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일찌감치 모든 언론에 공개한 녹취록마저도 "못봤다"고 일축했다.
난감해진 권 의원은 철도청이 유전사업에 무리하게 참여한 과정, 우리은행의 대출 과정 의혹 등에 거듭 "상식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촉구했지만, 추 장관은 "내용을 잘 모르겠다", "은행업무는 전공이 아니라 잘 모르기 때문에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일관했다. 추 장관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동안 좌중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추 장관은 말미에 "모른다고만 얘기해서 죄송하지만 앞으로 이 문제는 감사원 검찰이 밝히고 우리 부에서는 추이를 봐가면서 적절히 조치하겠다. 감사원이나 검찰의 추이를 봐가면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이 이날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은 "사업추진이 철도공사의 부채를 탕감할 수 있는 길이라고 왕영용 본부장이 확신했다면 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 뿐이었다.
추 장관이 건교부장관에 임명된 것은 지난 4일, 러시아 유전사업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 3월말께로 시차가 그리 크지 않다. 하기에 "업무파악에 바빠서 보고받지 못했다"는 추 장관의 해명은 유전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에 비춰보면 주무장관으로서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추 장관의 '모르쇠' 속에 권 의원이 이날 제기한 모든 의혹에 대한 정부측의 성의있는 답변은 또 한번 미뤄지게 됐다. 추 장관은 지난해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에서 장관으로 임명돼 '보상입각' 구설에도 휘말렸었다.
***산자부, "해외개발사업제는 신고제" 반박**
한편 산업자원부는 이날 권 의원이 질의서에서 제기한 인허가과정의 봐주기 의혹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산자부는 해명자료에서 "해외개발사업신고제는 당초 허가제였으나, 기업활동의 자율성 보장 및 규제완화 등의 차원에서 95년 1월 기업활동규제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신고제로 완화되었으며, 97.8 해외자원개발법(제5조) 개정으로 신고제로 개정되었다"고 밝혔다.
산자부는 또 "코리아쿠르드오일(주) 관계자(성명 미상)가 지난해 9.15일 산자부를 방문, 신고서를 접수하려 하였으나 신고서의 미비사항을 지적하여 구두로 보완을 요청했다"며 "코리아쿠르드오일은 그후 서류를 보완하여 10.2일에 신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산자부는 제출서류를 검토 후 10월 4일자로 접수 및 신고수리(과장 전결처리)했다"고 말했다.
앞서 권 의원은 질의서에서 "해외자원개발사업법 5조 1항에 의하면 해외에서 자원개발을 하고자 할 경우 산자부의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에서 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통상 5일이고, 석유개발 사업과 같은 전문적 검토가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부서의 심의를 거쳐야 함에도 송금시간을 보면 산자부는 불과 3시간만에 신고처리서를 발급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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