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선발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코칭스태프 선임을 둘러싼 쇼트트랙계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8일 오후 윤원호 대한빙상경기연맹 국제부회장과 채지훈 경기이사는 서울 타워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외부입김이 크게 작용한 '우리편 끼워넣기 식’의 코칭스태프 선임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윤원호 부회장, "선임된 대표코치들, 중립성 의문"**
윤원호 국제부회장은 “회장단 회의를 하기도 전에 누구누구가 대표팀 코치가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에 가슴이 아프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윤 부회장은 “현재 선임된 남녀 헤드코치는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 어느 한 편으로 편향된 사람들이다. 쇼트트랙이 몇몇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게 안타깝다. 빙상을 아끼는 선후배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의미에서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고 기자회견 배경을 밝혔다.
***채지훈 경기이사, "김기훈 코치선임돼 선수들 희생 우려"**
이어 채지훈 경기이사가 “주먹구구식으로 마음에 맞는 사람을 대표팀 코치로 뽑으려면 경기위원회의 추천은 무슨 소용이 있냐”며 경기이사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채 이사는 “경기위원회에서는 물의를 일으킨 지도자를 배제하고 과거 성적이나 국제대회 경험 등을 고려해 코칭스태프 추천안을 올렸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박성인 회장의 독선이 쇼트트랙을 망치고 있다”고 박회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채 이사는 특히 김기훈 코치가 선임된 것과 관련, “아버지 회사의 스케이트를 선수들에게 신게 해 물의를 빚어 중도하차했던 김기훈 코치가 남자팀 헤드코치로 활동하면 일부 선수들이 희생당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해 10월 김기훈 코치 파문과 관련, 이를 입증하는 자술서를 썼던 남자 선수들이 현 대표팀에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코치로 뽑힌뒤 "모 대학 감독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말까지 들어**
여자팀 코치에 선임됐던 정석주 코치도 이날 전격사퇴했다. 정석주 코치는 “이런 식으로 연맹이 행정을 하는 가운데에서 코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석주 코치는 “박모 코치님이 전화로 대표팀 코치 선임소식과 함께 “모 대학 감독님께 고마워 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밝혀 이번 코칭스태프 선임에도 쇼트트랙계 '마피아'의 힘이 깊숙이 작용했음을 폭로했다.
전이경 기술강화위원도 이날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남녀 쇼트트랙 코칭스태프의 유임이 기본적인 기술위원회의 판단이었다. 문제를 야기시켰던 4명의 코치들은 추천에서 제외됐다”며 “개인적으로 선배인 김기훈 코치를 믿지만 의혹이 계속 제기된다면 소신껏 일하기 힘들 것”이라며, 기술위원회 의견이 묵살된 이번 스태프 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 위원은 “연맹이 기술위원회의 의견을 묵살하고 자기들의 생각만 반영해왔다”며 “심각하게 기술위원 사퇴를 고려중”이라고 밝혀, 파문이 확대될 것임을 예고했다.
***"정실인사로 뽑힌 코치에게 선수를 어떻게 믿고 맡길 수 있겠냐"**
현역 대표선수를 밖에서 지도하고 있는 한 코치는 이번 사태와 관련,“(대표팀에) 들어 갈 선수와 학부모가 걱정이다"라며 "정실인사로 선임된 코칭스태프에게 어떻게 선수를 믿고 맡길 수 있겠냐”고 밝혔다. 중립적인 지도자가 아닌 특정인사의 입맛에 맞게 선택된 대표팀 지도자는 결국 내편이 아닌 선수들을 ‘눈엣가시’처럼 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은 지금까지 올림픽 등 대회에서 찰나의 영광을 위해 대표팀 지도자가 시키는 대로 스파르타식의 장기간 강훈련을 묵묵히 견뎌냈다. 하지만 언제까지 똑같은 훈련방식으로 세계최강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특히 특정 외부인사의 '전횡'에 갈짓자로 움직이는 연맹의 불공정한 일처리로 빙상인들간의 불신이 폭발하기 시작해, 세계최강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삼성그룹 소속으로 '많은 협찬'을 따온다는 이유로 9년째 쇼트트랙계의 대부로 군림하고 있는 박성인 회장의 대응을 예의주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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