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6일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참여 의혹에 대해 자체적인 '실태조사단'을 구성키로 하는 등 강경대처 방침을 천명했다. 특히 노 대통령의 측근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이 사건의 핵심인사들을 연결시켜줬다는 의혹과 관련 "이 의원이 직접 밝혀야 한다"며 이의원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공세에 열린우리당은 "감사원 조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반박했고, 당사자인 이광재 의원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억울함을 거듭 호소했다.
***한나라 "어마어마한 국민 세금이 낭비됐을 것"**
박근혜 대표는 6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철도공사 문제는 드러난 것 이상의 것이 있다"며 "이 모든 것을 집중적으로 밝혀야 된다"고 전여옥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드러난 것 이상의 것이 있다"는 발언과 관련해 전 대변인은 "언론보도에서 드러나듯이 이 문제가 계약금만 떼인 문제는 아니었다고 본다"며 "어마어마한 국민 세금이 낭비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특히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에 대해 "본인이 깨끗이 밝혀야 한다"며 "지난 대선자금 문제나 선거법 위반 등에서 이 의원이 '부덕의 소치'라고 했는데, 한 개인의 부덕의 소치가 국가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고 비난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당내 전략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철저히 파헤치고, 국정조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권영세 전략기획위원장을 단장으로, 전략기획위원과 법사위원들 중심으로 실태조사단을 만들 것"이라며 감사원에 대해서도 "감사원에서 검찰로 넘기기 전에 조사된 내용을 발표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강 대표는 "감사원이 정부 실세와 철도청을 연결해준 핵심인물인 허 모씨를 국외로 출국시키고 힘없는 철도청 직원의 과오인 것처럼 면피감사를 하고 있다"며 "감사원 감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과거 권력형 비리를 은폐하는 전형적인 수순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당에서 진상조사팀을 만들어 급파하고 결과를 보고 국정조사를 한다는 것을 다시 밝힌다"며 "대통령도 반드시 검찰 수사에 착수하도록 지시하고 정상적인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도록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도 "정책위에서도 철도공사 문제를 철저히 파헤치도록 노력하겠다"고 가세했다.
***정세균 "감사원 조사를 지켜봐야 한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방침에 열린우리당은 "성급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중앙위회의에서 "모든 일엔 때가 있는 법"이라며 "감사원에서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를 본 뒤에 야당도 문제제기를 할 것이 있으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약도 제때 먹어야 몸에 이롭다"며 "지금은 성급하게 예단해서 이런저런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광재 "머릿속으론 정리돼가지만 분노를 다 삭이지는 못해"**
한편 논란의 당사자인 이 의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 "내가 철도청 유전사업에 관여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며 자신의 관여 의혹을 제기한 언론보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거듭 밝혔다.
이 의원은 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일주일간의 심경변화를 일기 형식으로 풀어내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첫째날) 처음 일부 언론의 보도를 보았을 때 '내 가슴이 시커멓게 타버렸다. 정치인은 남의 욕을 먹고 사는게 운명이고 무한한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하는게 운명이다"며 "욕을 먹는게 운명이라고 생각해야겠지만 격한감정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둘째날) 내 둘째인 8살난 꼬마의 인생도 내가 모르거나 통제밖의 일이 있는데, 하물며 이익을 쫒아 나를 팔고 다니는 사람들을 도대체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라는 심정이 또 한번 쓸고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사흘째) 고1때 '하루살이가 본능적으로 불을 향해 날아간다'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은 생각이 났다"며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나는 이미 불이 아니다. 그런데도 과거의 눈으로 삶을 사는 이들이 참 많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나흘째) 내가 철도청 유전사업에 관여하지 않은 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사인(私人)간의 소개, 그것도 미국 시민권을 가진 사업가를 소개만 해주었고 그 소개도 만남을 주선한 게 아니라 전화번호를 주면서 만나보라고 했을 뿐이다"며 "그러나 무슨일을 했는지 나는 알길이 없다. 참 할말이 많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닷새째) 행복과 행복과 불행이라는 것은 손등과 손바닥 같은 것으로 행복 속에 불행이 숨어있고 불행을 이기면 행복이 오는법, 담담하게 대처해 나가자"고 심경을 밝힌뒤, "(엿새째) 올해는 중요한 한해,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야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말미에 "머릿속으로나 마음속으로는 정리가 되어가지만 분노를 다 삭이지 못하는 속좁은 마음을 다 지우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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