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졸전을 펼친 본프레레호가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은 본프레레 감독에게 "괜찮다"는 말로 축구대표팀을 위로했지만 대표팀 분위기는 굳어 있었다.
***본프레레, "선수들의 정신력 미흡"**
본프레레 감독은 인터뷰에서 "지난 2월 쿠웨이트와의 경기때와 달리 선수들의 정신적 준비가 미흡했다. 반면 사우디는 준비가 잘돼 있었다"고 패인을 '선수들의 정신력'에서 찾았다.
본프레레 감독은 "사우디가 어떻게 나올지 충분히 훈련을 통해 대비했다. 압박도 제대로 안됐고 항상 패스가 늦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술적인 대비도 의미가 없다"며 사우디 포백수비라인에 대한 대처 등 감독의 전술부재에 관한 지적을 일축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어 "선수들이 오는 30일 펼쳐지는 우즈벡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내일 트레이닝을 통해 쿠웨이트 경기때처럼 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사우디에 져서 아쉽지만 국민들의 더 큰 격려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상철, "정신력 문제 있었으나 훈련도 문제"**
대표팀의 맏형 유상철도 선수들의 정신력을 문제삼았다.
유상철은 "경기장에서 느낀 것은 사우디는 한국에 대비해 준비를 많이 했으며 몸싸움 등 이기고자 하는 투지에서 한국을 앞섰다"고 시인했다. 유상철은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선수들이 무더운 중동지역에서 장기간동안 전지훈련을 하다보니 피로했고 집중력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상철은 그러면서도 "사우디의 포백수비라인에 대비해 구체적인 훈련을 한 부분은 없다"며 "우리팀 나름의 전술적 훈련을 했다"고 말해, 본프레레의 주장과는 달리 감독 등 코칭 스텝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음을 시사했다.
사우디전에서 '중동킬러' 이미지를 살리지 못한 이동국은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정신적인 면에서 사우디에게 졌다"며 "우즈벡과의 경기가 며칠 안남아 있다. 선수들이 지쳐있지만 빨리 컨디션을 회복해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정신력 부재도 최종적으론 감독책임**
본프레레 감독의 '선수 책임론'에 대해 벌써부터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선수들의 플레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한국대표팀의 선장인 감독이 모든 책임을 선원(선수)들 탓으로 돌리는 것은 지도자답지 못한 행태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또한 한국의 특장점인 빠른 측면돌파를 겨냥한 사우디의 포백수비와 발빠른 수비수의 배치에 대한 대처는 물론이고, 선수들의 투지와 정신력 부재로 인한 느슨한 플레이도 최종적으론 감독의 책임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아울러 부진한 플레이를 보여준 이천수 선수 등을 후반 막판까지 뛰게 한 대목도 '본프레레 용병술'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3월 사망한 네덜란드 출신인 '토털축구의 창시자' 리누스 미헬스 감독은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정신적 의지는 항상 일정하지 않다. 감독은 매일 선수들의 정신력에 영향을 주는 내외부적 요소들에 주의해야 한다"며 "지난 주 팀을 특정한 방식으로 다뤘다고 해도 이번 주는 같은 방식으로 지휘하면 안된다"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30일 우즈벡과의 홈 경기에 대비해 대표팀은 28일 파주 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된다. 과연 사우디전 참패의 충격과 패배책임 논란의 후유증을 딛고 대표팀이 선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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