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행보가 신년벽두부터 몹시 분주하다.
3일 YS의 상도동 자택을 찾은 데 이어, 여야 영수회담을 추진하고, JP와의 회동도 준비 중이다. 또 7일에는 노태우, 8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할 계획이다.
한편 이 와중에 한나라당은 정치보복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이 총재가 구시대와의 화해를 통한 ‘굳히기’ 전략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3김 및 전직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정가 일각에서 거론되는 ‘反昌연합’의 움직임을 사전 차단하고, 정치보복금지법 제정으로 ‘이회창시대’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켜 ‘이회창대세론’을 굳히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3일 YS-이회창 회동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지난 연말부터 YS 측에서는 97년 대선과정에서 이회창 당시 후보가 YS의 탈당을 요구하고, 유세과정에서 YS 인형 화형식을 한 점 등에 구체적인 섭섭함을 표시하며 이를 먼저 사과해야만 관계개선이 될 수 있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이에 대해 일언반구 반응이 없던 이 총재가 연초 인사 형식을 빌어 상도동을 전격 방문 관계개선의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DJ와의 영수회담 추진 역시 정치적 의미가 크다.
DJ는 이미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했고, 연초 정치 불개입을 선언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가 대통령과 만나 대선까지의 남은 임기 국정운영에 함께 협력한다는 선언을 이끌어 낸다면, 이것은 DJ의 중립을 강제하고 더 나아가서 DJ의 퇴임후 보장을 고리로 ‘협조 약속’을 기대해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JP와의 회동도 JP가 현재 개헌문제, 정계개편 등 대선까지의 중요 변수에 핵심고리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3金 연쇄회동 대선판도에 직접적 영향 미쳐**
이처럼 3김과의 회동은 그 하나하나가 대선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사건들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이 총재가 3김과의 관계에 대해 이렇다 할 움직임 없이 ‘방관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는 점에서 연초 연쇄 회동을 추진하고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욱이 민주당 이인제 상임고문이 연말연초 JP, YS와의 연쇄 회동을 통해 3김연대 후보의 길을 모색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하다.
회동의 성과를 미리 점칠 수는 없다. 그러나 3김 연쇄 회동을 통해 최소한 중립, 더 나아가서는 협조를 끌어낸다면 이른바 ‘反昌연합’의 구심점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또한 이 총재에게 항상 뒤따르던 ‘포용력 없음’이란 비난의 소지도 상당부분 줄여 줄 수 있는 카드다.
정치보복금지법 제정 추진은 이 총재의 신년구상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얼마나 주변에서 ‘정치보복할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으면 자신들이 여당일 때는 ‘위헌’이라는 이유로 극구 반대했던 것을 새삼스럽게 끄집어 들고 나오는지 측은한 생각이 든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정치보복금지법, ‘이회창시대’ 예고 메시지**
표현은 다소 거칠지만 어쩜 가장 정확한 분석일 수 있다. 정치보복금지법을 신년 첫 작품으로 들고 나온 이 총재와 한나라당의 속뜻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란 말이다. 연초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다시 한번 ‘대세론’을 확인한 마당에 ‘다가올 이회창시대를 두려워 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실제 법 제정이 될 수 있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그 추진의사를 밝혔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이 총재의 정치적 메시지는 전달된 셈이다.
이렇게 3김 연쇄회동 추진, 정치보복금지법 제정을 통해 이 총재는 자신의 대세론에 장애가 될 가장 큰 변수들을 제거하고 ‘굳히기’에 들어가려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총재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난해 YS, JP 측으로부터 여러 차례 간접적인 대화 제의가 있었음에도 요지부동이던 이 총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이 움직임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따라 여야관계, 정계개편 등 향후 정국 흐름의 큰 방향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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