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은 대통령이 될 것인가.’ 프레시안이 잡은 정치분야 2002년의 화두다.
2002년은 대통령선거의 해다. 그리고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라는 식의 애매한 화두는 무의미하다. 앞으로 1년 정치권 최대 이슈는 이회창 총재가 현 추세를 지켜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지, 아니면 어떤 정치적 변화가 이 총재의 당선을 저지할 것인지로 집약된다.
***이회창 승리의 두 가지 요인**
‘이회창은 대통령이 될 것이다.’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지역주의다. 이번 대선 역시 지역주의가 가장 중요한 투표결정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현재 구도는 영남권이 중심이 된 반호남연합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년 호남정권을 경험하면서 ‘호남에 다시 정권을 줄 수는 없다’는 공감대의 폭이 넓어져 온 것이다.
이렇게 한번 흐르기 시작한 지역주의적 바람은 선거결과에 다른 어떤 요인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이 흐름을 결정적으로 뒤바꿀 새로운 변화가 없는 한 이 총재의 당선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DJ 대 反DJ 구도가 여전히 유효하고, 反DJ의 유일한 근거가 한나라당이며, 이 총재가 한나라당의 확고부동한 대통령후보이기 때문이다.
DJ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정국의 기본구도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고 그가 탈DJ 노선을 분명히 한다면 다소간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DJ 대 反DJ 구도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대립각이 아직 선명하지 않다. ‘反昌연합’, ‘세대교체’, ‘개혁 대 보수’ 등 여러 가지 논의가 있으나 이것들은 아직 여권의 전략일 뿐이다. 야당 입장에서 볼 때 ‘정권교체를 저지하기 위한 음해’라는 역공이 얼마든지 가능한 사안들이다. 세대교체도 개혁도 여당만의 독점적 무기는 전혀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선거까지 DJ 대 反DJ 구도, 다시 말해 ‘정권교체냐 정권재창출이냐’의 구도가 유력한 영향력을 계속 발휘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정권교체의 유일한 가능성인 이 총재의 당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이회창 패배의 두 가지 요인**
‘이회창은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것 역시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이회창 대세론’이 역설적으로 그의 당선에 가장 큰 짐이다. 대선까지 1년 가량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대세론’이 뚜렷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총재 반대세력의 연합 가능성을 결정적으로 높여 준다.
지금 정치권에는 이 총재의 집권을 달갑지 않아하는 세력이 많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YS 등 구정치세력 가운데도 많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는 이 총재 당선보다는 낙선 쪽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세력들이 분명 존재한다.
이들이 한데 묶일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 그러나 ‘대세론’이 기정사실화되고 이 총재 집권을 저지할 다른 방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소위 ‘反昌연합’이 성사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이 시대적 명분까지 축적하면서 모양 좋게 ‘反昌연합’을 성사시켜 낸다면 그것은 이 총재 당선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안이 될 것이다.
둘째 정치권에 불기 시작한 ‘쇄신바람’이다. DJ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이후 민주당을 시작으로 ‘쇄신바람’이 일고 있으며, 기존 정치에 식상해 온 많은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태 전개 여하에 따라서 내년 대선은 ‘누가 더 많은 정치개혁을 이뤄내느냐’의 경쟁이 될 수도 있다.
이 ‘쇄신바람’이 지역주의, DJ 대 反DJ 구도라는 기존의 도식을 제치고 새로운 정치권 중심 구도로 자리잡는다면 이 총재로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새롭게 자신의 진지를 구축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지역주의, 반DJ의 유일 주자라는 기득권을 모두 잃은 채 이 총재가 순전히 자력으로 그 난관을 뚫고 승리할 수 있을지 결코 장담할 수 없다.
***도전과 수성의 이중적 위치**
이처럼 현재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정치구도, 즉 ‘지역주의’와 ‘反DJ 구도’에 입각해 보면 이 총재의 당선은 무난하다. 하지만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변화 ‘反昌연합’, 그리고 ‘쇄신바람’의 파급력 여하에 따라 선거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총재의 현재 위치는 대단히 복합적이다. ‘정권교체의 유일 주자’라는 점에서는 도전자의 위치다. 하지만 예상되는 정치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막아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미 수성의 위치에 올라 있는 것이다.
이회창 총재의 입장에서 볼 때 도전과 수성의 이중적 과제,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한국의 정치지형은 새롭게 짜여질 것이다.
이 총재도 이제 기존의 구도에만 매몰될 수 없다. 지역주의, 그리고 DJ 대 反DJ 구도에 덧붙여 스스로 어떤 구도를 만들어 낼 것인가.
‘反昌연합’을 막아낼 어떠한 연합을 구축해 낼 것인가.
‘쇄신바람’에 맞서 스스로는 어떤 정치개혁의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여기에 이 총재의 승패가 달렸다. 또한 포스트 3김시대 한국정치의 미래 역시 바로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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