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와 여권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개헌론의 한 갈래로 '헌법재판소 폐지론'이 나오는가 하면, '사법부의 정치적 편향성' 탓에 우리당 의원들이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관련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14일 표출됐다.
***이석현 "헌재 폐지해야", 이화영 "사법부 편파적 판단으로 피해 증가"**
열린우리당 이석현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 원고에서 '헌법재판소 폐지론'이라는 강경론을 들고 나왔다.
이 의원은 "헌재는 원래 제헌헌법에 없던 것을 군사정부 시절인 1988년 개헌을 하면서 생긴 기형적 기관"이라며 "그러나 대통령 탄핵, 신행정수도, 호주제 폐지 등 현재 국가 중요정책 현안들을 헌재가 판단하고 있어 일각에서 대한민국 삼권분립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헌 판단은 대법원에서 하는 나라가 대부분"이라며 "개헌논의를 하는 김에 대법원과 이중구조로 돼 있는 헌재를 폐지하고 대법원에 위헌판단을 부여하는 개헌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초강경론'은 당 지도부의 만류로 실제 대정부질문에선 누락돼 '불발'에 그쳤지만, 그의 주장은 고조되고 있는 사법부에 대한 여권의 불만이 고스란이 담겨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당 이화영 의원도 이날 "2002년 정치관계법 개정 이후 검증과 처벌의 강화는 오히려 현행 법제도의 모순을 더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사법부와 선관위의 역할이 강조되다보니 편파적인 판단이나 자의적인 법해석으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그는 "우리당 이철우 의원이나 한병도 의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고, 진술자들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도 많은 사건들이 사법부에 의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의원의 이같은 주장도 실제 대정부발언에선 나오지 않았다.
***사법부 대규모 인사 올해 집중**
하지만 대정부질문을 계기로 표출된 우리당 의원들의 이같은 주장은 최근 정치자금법 선거법 위반 혐의로 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낙마가 속속 이어져 '여당 역차별론'이 대두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 또한 지난해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위헌결정, 이달초 새만금 사업에 대한 정부의 패소 등도 사법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의 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우리당 지도부가 추후 법사위 등 관련 상임위 등 통해 통해 이에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기로 방침을 정해 사법부와 우리당의 갈등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 대법원, 검찰, 선관위 등 사법부의 대규모 인사이동을 앞두고 있어 이를 계기로 여권의 '사법부 새틀짜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26일 퇴임하는 변재승 대법관을 필두로 9월에는 최종영 대법원장, 10월에는 유지담 윤재식 이용우 대법관, 11월에는 배기원 대법관이 퇴임한다.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김영일 김효종 김경일 권성 송인준 재판관도 모두 올해가 임기 만료다. 송광수 검찰총장도 오는 4월 임기만료로 교체된다.
우리당은 사법부 인사이동시 개혁인사로 교체, 사법개혁의 시금석을 놓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헌재 재판관 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헌재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입법안도 제출해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선 오는 22일께 예정된 양승태 대법관 인사청문회는 우리당과 사법부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일합'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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