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9일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2대0의 승리를 거두며 산뜻한 출발을 했다. 이집트 평가전과는 1백80도 달라진 플레이를 펼친 한국의 본프레레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쿠웨이트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는 3월 26일 펼쳐지는 사우디 원정경기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지성-김남일 중원압박 쿠웨이트전 승리 밑거름**
쿠웨이트전에서 가장 돋보인 부분은 중원압박이었다. 박지성과 김남일이 짝을 이룬 한국은 시종일관 쿠웨이트를 압도하며 경기흐름을 상대에게 넘겨주지 않았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박지성은 빠른 공간패스를 통해 한국팀 측면공격을 적극지원했고 에인트호벤 팀동료인 이영표의 두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
또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김남일은 1대1 대결에서 악착같은 플레이로 자주 쿠웨이트 선수들로부터 공을 가로챘고 쿠웨이트 역습을 원천봉쇄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한국은 중원에서부터 쿠웨이트 역습의 1차 저지선을 만들자 그동안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던 수비라인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쿠웨이트의 날카로운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긴 했지만 '정신적 리더' 유상철의 결장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중앙수비수로 뛴 유경렬은 최전방에 포진해있던 쿠웨이트 알 무트와에게 연결되는 패스를 완벽하게 막아내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유경렬로서는 미국 LA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다시는 언론에서 수비불안이란 보도가 나오지 않겠다"고 밝힌 자신의 말을 실천한 셈이다.
***본프레레, "사우디가 쿠웨이트보다 강하지 않다"**
1승을 거둔 한국은 오는 3월 26일 사우디 원정경기에서 승점 3점을 보탤 경우 월드컵 본선진출의 확실한 디딤돌을 놓게 된다. '감독들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의 잦은 감독교체로 악명높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아르헨티나 출신의 가브리엘 칼데론 감독을 영입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미드필더로서 월드컵에 두 차례나 출전했던 칼데론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9일)를 앞두고 노장 스트라이커 알 자베르를 다시 불러들이는 등 공격력 강화를 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알 자베르의 선취골로 귀중한 원정경기 승리를 얻는 듯 했지만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FIFA(국제축구연맹)랭킹 30위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 함께 중동축구의 맹주를 자처하는 강팀이다.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3회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1994년 월드컵 벨기에전에서 사우디의 사에드 오와이란이 상대수비를 제치고 넣은 골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골 중 하나로 기록될 정도로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본프레레 감독은 9일 쿠웨이트전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걸프컵에서 쿠웨이트가 사우디를 2대1로 이기는 걸 봤다. 사우디가 쿠웨이트보다 강한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쿠웨이트 슬로보단 파브코비치 감독도 "영하의 날씨에서 쿠웨이트 선수들이 뛴 경험이 없었던게 문제였지만 이날 경기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대결이었다. 한국은 우리조 최고의 팀이다"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한국으로선 원정경기의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사우디전이 6회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부상에서 회복중인 안정환, 사우디 경기 이전에 4주 기초군사훈련을 마치는 송종국과 유상철의 합류도 점쳐지는 본프레레호가 쿠웨이트전 승리의 기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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